소망은 마음의 주인
(꿈꾸는 유리병 초초)를 읽고

하느님은 정말 있을까?
착하게만 살던 사람이 견디기 힘든 고통을 당할 때.
건강하던 사람이 알 수 없는 병고에 시달릴 때.
밤낮없이 성실하게 일하는데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
베풀 줄도 모르고, 남의 등을 쳐먹는데도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는 사람을 보면서
가끔씩 갖는 의문이다.
하느님은 정말 있을까?

<꿈꾸는 유리병 초초>는 울산의 뜨는 동화작가 김혜경선생의 작품이다. 어떤 말을 들어도 배시시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작가의 맑고 고운 심성이 고스란히 묻어난 이 작품집에는 세 편의 짤막한 동화들이 실려 있다.
지니면 행복하고, 잃으면 그 순간 불행해지는 소망의 소중함을 어린아이들이 알기 쉽도록 적은 책, 무무, 초초, 치치는 각각 가문비나무와 유리병, 전동칫솔의 이름이다. 이름에서도 사물의 정체가 짐작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이름이 정답다.

가문비나무는 날카로운 톱에 잘렸지만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낸다. 여기저기로 옮겨지면서 겪는 갈등을 이긴 가문비나무는 어느 날 자신의 몸에서 나는 고운 소리를 듣는다. 피아노가 된 것이다.
초초는 버려진 유리병이다. 바닷속 바위 틈에 박혀 외롭게 살아가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견딘다. 무언가를 품으려는 소망을 잃지 않은 덕분에 물고기들의 집이 되어준다. 
주인이 새 칫솔을 사면서 버려진 전동칫솔 치치. 역시 바다에 빠지고 만다. 그렇지만 바닷속 생물들을 닦아주는 솔이 되어 소망을 이룬다. 
이야기들이 간결하면서도 희망적이다. 그뿐이 아니다. 까치복어, 칼상어, 황새치, 아기 문어, 성게, 가자미, 집게살이,모감주나무와 바람꽃, 초록 꼬리를 가진 까치 등 아이나 어른들도 쉽게 알지 못하는 생물들을 살려내는 작가의 따뜻한 심성이 봄날 같은 책이다. 

결국 하느님은 모두의 마음속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마음속에 들앉은 하느님을 어떻게 섬기느냐에 따라서 소망은 이루어지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은 어른들에게도 잘 읽히는 법이다. 작가는 그 점을 알고 쓴 듯하다. 부드러운 문장으로 맑은 마음을 풀어낸 저학년 동화가 마음을 밝혀준다. 일본에서 건너 온 방사능공포와 고비사막에서 밀려오는 황사로 흐려지는 시야를 마음에서부터 밝혀줄 한 권의 책. 꿈꾸는 유리병 초초로 이 봄은 마음부터 화사해질 것을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