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군부대의 고엽제 사건으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 했었다. 고의적으로 고엽제를 매몰시키고 이것을 은폐하려했던 사건이였다. 그리고 시간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 그리고 윤금이 사건이 있다. 모두 미군에 의해서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에 관한 사건들이였다. 그러나 소파협정에 의해 미군에 대한 처벌은 그 잘못에 비해 상당히 감형되었고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책 겉표지에는 한 소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슬픈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그 소녀의 이름은 아이린 언뜻보면 외국인같이 생겼기에 아이린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실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는 어엿한 한국인이다. 그리고 이름 역시 아이린이 아닌 구혜주라는 진짜 이름이 있다. 그녀는 왜 그렇게 슬픈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소설 아이린은 윤금이사건을 시작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주요 배경도 주한미군부대인 캠프 험프리스이다. 즉 주한미군부대와 기지촌이라 불리는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중심인물은 불운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카투샤에 입대한 박정태와 양공주라 불리며 주한미군에게 몸을 파는 여인 구혜주이다. 정태는 자신의 어머니가 미군에게 몸을 팔면서 자신을 키웠기때문에 본능적으로 미군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문에 카투샤 생활을 하면서 마음 터 놀 전우하나 없이 혼자만의 군생활을 한다. 가수 아이린 카라를 좋아해서 그녀의 이름을 예명으로 지은 혜주는 양공주의 일을 하지만 밝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희망을 가지면서 살아간다.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정태와 희주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고통과 치욕의 시간들을 견뎌낸다. 그러나 우발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둘 사이의 사랑에 큰 위기가 닥쳐오게 되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슬프지만 행복한 사랑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이들의 사랑은 슬프다. 서로가 서로를 간절히 원하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코 원할한 사랑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런 현실이 존재하기에 서로에 대한 사랑은 더욱 커져간다. 실로 진실된 사랑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정말 행복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기지촌에 살아가면서 양공주라 불리던 수많은 여자들의 삶은 비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녀들은 무슨 잘못을 하였길래 그리도 어려운 삶을 살아야만 했던 것일까?..

우리는 언론에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 한 이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않을 것이다. 그 만큼 그들의 삶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삶에 대해 조금은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한국과 주한미군의 관계에 있어서 개선의 필요성을 자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