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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慎鏞穆)

 

  일주일 만에 돌아온

  일요일 오후,

  창문을 열고 탁자를 밀고 청소기를 돌리느라 전화가 온 줄 몰랐다 미

안해

  괜찮아 일요일 오후는 청소기가 돌아가는 시간인데 뭘.

  어디야?

 

 

  청소기를 돌렸을 뿐이다

 

 

  한 무리 벌떼들이 창문으로 날아든 것처럼,

  벌집 속에서 윙윙거리며

  어둡고 긴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린 머리핀을 집어삼키는 구멍을 따라

집 안을 빙빙 돌았을 뿐인데,

  다음에 보자

 

  일요일 오후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시간이다 윙윙거리며 청소기만 돌

아가는 빈집에서

  창문으로 쏟아진 벌떼들이 이리저리 탁자를 밀고 다닌다.

  침을 쏘고 100쪽

  침과 함께 한 토막 내장까지 놓아버린 후

  날아가다

 

  벌떼 중에서 사라지는 벌처럼,

  버스를 기다리다가 길을 걷다가 신장개업 내레이션을 지나 호수공원

벤치에서 치킨을 집어들다가

  전화기를 놓고

  사람 중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쏘여서, 부푼다는 것은 빈 곳이 넓어지는 것

  구멍으로 구멍을 채운다는 것

  어둡고 긴 머리카락으로 자라나는 고통의 텅 빈 실핏줄에 꽂아주는 머

리핀처럼

  피가 나지 않아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창문이 가져간 나의 저녁들이 아침으로

밝아오는 풍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밤이 떨구고 간 하얀 먼지들이 탁자

아래 엉겨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다시 일주일 만에 101쪽

  우리는 보지 못한다

 

  창문을 닫고 탁자를 당기고 두리번거리며 머리핀이 어디 갔을까? 분명

거기 있었다, 분명히 분명히

  나는 거기 있었는데

 

  일요일 오후의 구멍 속에서

  전화기가,

  뒤집힌 벌처럼 윙윙거리며 돌고 있다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