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란 책은 여자이 나이와 사랑이라는 구성으로 5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번째 스무 살,지금의 얼굴은 전생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이다.

두번째 스물다섯, 결혼하는 여자와 여행하는 여자

세번째 서른 살, 세상은 외투처럼 벗고 입는 것

네번째 서른 세살, 물고기 한 마리가 바늘을 물 때

다섯번째 마흔 즈음, 변신에 성공한 나비는 더 이상 풀입을 먹지 않는다.

 

전체적인 느낌은 일상적이다. 어쩌면 평범하다고도 볼 수 있는. 하지만 작가의 시선에 능숙함과 삶을 대하는 방식이 그 평범함을 짓누르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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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세 살,

 

변하지 않고는 왜 살 수가 없는 것일까. 왜 자기를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걸까. 난 나 이외의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인 채로 끝까지 가보고 싶다.

 

나는 나만의 방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원하는 방의 조건은 단 한 가지뿐이다.

이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을 것. 116p

 

방이란 무엇인가. 몸 속에 11만 2천 킬로미터의 혈관이 흐르는 것처럼, 방이란 어쩌면 궤도를 운행하는 한 영혼의 수많은 생애의 피로와 상처와 허무와 꿈과 추억과 미래가 흐르는 보도가 연결된 정거장 같은 곳이 아닐까. 그러니 우리가 자기의 방에서 확인하려 하는 것은 무엇과도 연류되지 않은 존재의 진정한 현재일 것이다.

 

난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방을 찾아 떠돌 것이다. 가능한 집의 구조를 가지지 않은 곳들을 찾아. 언제까지 떠돌 수 있을까, 내가 나를 마주치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려는 것처럼 허무한 음모. 집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해서 모르는 곳으로만 떠나갈 수 있을까…….1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