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1. 12

<H.D Thoreau> - 동해출판  \12,000

음.. 우선 이 책은 반디 앤 루니스에서 고도를 기다리듯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둘러보다가 할인판매를 하고 있길래

바로 손에 넣어 버린 책이다..

뭐 보지도 않고 그걸 사버리냐는 타박을 받긴 했지만서도..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다 그 분 덕택이라 문득 기분이 미묘.

 

아무튼,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정말 자주 인용되었길래 어떤 책일까..하고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뭐 양장본이라 크게 마음에 들었기도 하고..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던 책이었다.

호반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의 숲에서

지낼 때의 이야기..라서 단순히 기록 정도일 줄 알았지만..

정말 많은 삶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소유'에 대한 문제랄까...

(그래서 법정스님이 그렇게도 인용을 하신 거겠지...)

 

 

참.. 생각해보면 우리는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먼 옛날에는 쓰이지도 않았던 그런 물건들...

그런 것들에 길들여져서 이제는 그 물건들이 없으면

살지 못할 정도로 길들여져버린 것이다...

마치 원시인이 운동화에 길들여져버린 것처럼...

 

'발명'이란 우리에게 새로운 '족쇄'를 채우는 것은 아닐지..

 

우리는 왜 작품 속의 소로우 같은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일까?

한 번 쯤은 생각 해 볼만한 그런 삶이지만..

나 역시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유토피아'를 실행하고 있는 소로우의 생활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체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이라도 그런 면을 많이 실행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두걸음씩...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사람들 만나고 어울리기 좋아하는 내가 부족한 것은

이 '고독'이라는 시간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까지는 필요없지만서도...

지하철 타고 가는 그 정도의 고독정도랄까..

 

그래서 난 '고독'할 수 있는 책 읽을 때의 분위기..

그 분위기를 참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뭐.. 책 읽는 순간만큼은 '인연'에서 자유가 되어서

고독할 수 있다고 얘기는 하지만서도...

그 순간마저도 책 속의 작가와의 교감은 또 '인연'으로

이어지는 걸 볼 때 또 다시 나는 '고독'과는 훌~쩍 멀어지고...

 

하하 요런 망상들과 또 문득 들었던 생각은..

참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하게 펼쳐진 인용의 폭이었다..

공자, 맹자 등을 자주 인용하여 동양의 고전에도 능통한걸 보니

왠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파란눈의 사람도 공자, 맹자를 논하고 있는데..

동방예의지국에 살고 있는 나는 그저 웃을 뿐이다 -_-ㅋㅋ

피가 되고 살이 될 고전.. 많이 읽어야겠다.

 

 

참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많아서 책에 엄청나게 많이

줄을 긋고 표시를 해놨는데....

그 책이 지금 없으므로 그것을 기록하지 못하는 이 마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죽일 놈의 아포리즘이란..-_-ㅋㅋㅋ

 

그래도 뭐 몇가지는 기억해낼 수 있으니 끄적거려야겠다.

 

 

 

"영혼의 필수품을 장만하는데는 돈이 필요없다."

 

 

"난쟁이로 태어났다면.. 그것을 탓하기 보다는..

 가장 큰 난쟁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되는거지"

 

 

"한 사내가 얼음이 얼은 호수를 지나가려고 한 소년에게 물었다.

 "호수를 지나가려고 하는데 이 바닥은 딱딱하니?"

 그러자 소년은 "예 정말 딱딱해요"라고 대답했다.

 사내는 그 말을 듣고 그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왠일일까,

 얼음이 깨져서 사내가 물에 빠진 것이 아닌가!

 화가 난 사내는 소년에게

 "왜 바닥이 딱딱하다고 거짓말을 하였니?"라고 묻자

  소년은.. "에이, 아저씨가 바닥에 닿으려면 한참 멀었는걸요!"

  라고 대답하였다"

 

월든, 소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