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2.08
<캘빈 S. 홀> - 문예출판사 \7,000

 추상적인 개념으로 얼룩진 책을 읽기 위해 노력해 본 적 있는가? 누구나 한번쯤 머릿속을 파고드는 새로운 개념들과 보기만 해도 어려워 보이는 단어들에 둘러싸여 고군분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악을 써가며 꾸역꾸역 마지막까지 읽어 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속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행위는 그저 책을 훑어 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비단, 독서에만 적용되는 일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이해를 통해야만 사고할 수 있기에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행위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역할이 큰 만큼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이해의 어려움은 그것을 설명하는 어려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이해한 것을 설명한 데에는 분명 이해하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설명을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만났던 어려움과 덜 마주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무언가를 설명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은, 자신이 이해한 지식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기 때문이다. 나눔의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까?

 캘빈 S.홀의 <프로이트 심리학>이란 책도 이 나눔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책은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독자들로 하여금 좀 더 쉽게(독자들은 ‘좀 더’라는 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해할 수 있도록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에서부터 시작하여, 퍼스낼리티(성격)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원리에 의해 발달되어 가는지 순차적으로 둘러본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프로이트가 창조한 세계를 이곳저곳 여행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물론, 무일푼의 무전여행이었기 때문에 험난한 구역도 존재했다.
 하지만, 나는 완벽히 무일푼이었는데도 불구하고(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음에도) 이 정도의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저 만족스럽다. 방대한 참고 서적 덕분일까, 프로이트 심리학의 엑기스를 뽑아 놓은 탄탄한 구성 덕에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여행을 통해 만난 심리학의 세계는 그저 놀라웠다. 다윈의 진화론으로 인해 인간도 하나의 연구대상으로 여겨지고, 물리학의 발전에 힘입어 역동심리학을 창출해냈다는 이야기. 내 속에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몰랐던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 이 세 가지 성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퍼스낼리티의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것 등등.. 보이지 않는, 오로지 머릿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심리라는 것이 이렇게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을 줄이야!

 특히, 우리의 행동하나하나가 심리적 에너지의 이동으로 인해 나타난다는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본능적 욕구인 이드의 에너지가 우리를 자극하기 시작하면, 도덕적 규범이라 할 수 있는 초자아에 의해 비춰보고, 그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되면 자아를 통해 그 에너지를 억압한다. 이 과정에서 충동적이고 촉진하는 정신적 힘인 카텍시스와 이를 억제하는 힘인 항카텍시스가 작용하고 에너지가 우세한 쪽에 의해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에너지의 움직임에 의해 우리의 태도가 결정된다는 사실 역시 흥미로웠다. 어떤 사람의 정신 에너지가 초자아에 기울어져 있으면 그의 태도는 도덕적이며 예의바르고, 자아에 기울어져 있으면 현실적이며 타산적으로 변하고, 이드에 기울어져 있다면 충동적이고 망나니처럼 행동하게 된다.

 캘빈 S. 홀의 설명을 통해, 퍼스낼리티의 형성부터 안정된 퍼스낼리티(자아와 초자아에 의한 이드의 조절로 카텍시스와 항카텍시스의 균형을 이루게 되는 것)에 이르기까지 프로이트 심리학의 전반적인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생소한 심리학의 개념이 다소 난해했지만, 그를 뒷받침 해주는 다양한 일상 속 예들이 그것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내심 그림이나 도표를 사용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지은이가 참고한 방대한 참고 서적의 양을 보니 그 아쉬움은 자취를 감추었다.

 참.. 오늘날의 독자들은 그저 복 받은 것 같다. 미지의 세계를 분석하는 자도 있고, 그것을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오! 분석하는 자들은 우리와 다른 언어를 쓴단 말인가!) 친절히 설명해주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들은 우리가 찾기 전엔 결코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멍하니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기 이전에 먼저 그를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세계는 이해하는 만큼 보인다. <프로이트 심리학>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독서의 즐거움이란 녀석은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늘려간다는 것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이드가 진화 과정의 산물이고 인간의 생물학적 유전의 결과라고 한다면, 자아는 객관적 현실과 보다 높은 정신작용의 상호 관계의 결과라고 할 수 있고, 초자아는 문화와 전통 속에 살아가면서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온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 p62

“한 인간이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것은 그의 정신 구조 속에 정신 에너지가 어떻게 배분 되어 있는가 하는 역동적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 p90

“같은 조건에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다른 숱한 결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일에 대한 것을 따지는 분석은 못 할 것이 없지만, 닥쳐올 일들을 예언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 p97

“덕망이 높은 사람이 덕망이 낮은 사람보다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데, 이는 매우 역설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 이유는, 덕망 있는 사람은 어떤 비도덕적인 일을 저지르려는 생각이 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몹시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 p125

“변호사는 배심원 앞에서 열렬히 변론함으로써 어릴 때는 지니고 있었으나 크면서 좌절된 구강기 욕구를 만족하게 되고, 외과의사는 환자를 수술함으로써 공격 본능을 만족하게 되며, 정신분석의나 심리학자들은 성행위에 대한 연구를 함으로써 어린 시절에 지니고 있던 성적 호기심을 만족할 수 있다.” - p153

“인생이란 결코 긴장에서 자유롭게 될 수는 없는 법이다.” - p211

프로이트, 프로이트심리학, 심리학, 캘빈S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