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19
<요시다 슈이치> - 북 스토리 \8,000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인 <퍼레이드>를 읽고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에게 반해버린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그의 작품을 무던히도 읽어왔다. 그의 글 속에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깔려있는 차가운 속성을 끄집어내는 묘한 마력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다. 우리가 숨기고 있던 것이 그의 작품 속에서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나 역시 내면의 차가움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서서히 그의 마력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매번 이렇게 차가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자꾸만 그의 공간을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듯 나는 요시다 슈이치를 ‘차갑다’라는 단어로 못 박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읽은 <워터>는 정말 의외의 작품이었다. 그의 작품 중에 이토록 가슴 벅찬 열정으로 가득찬 작품이 있던가!(물론, <사요나라 사요나라>, <사랑을 말해줘>와 같은 작품들도 가슴 한구석을 벅차오르게 만들었지만 성격이 조금 다른 감정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워터>는 모두가 겪어보았을 용감하고 패기 넘치는 10대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었다.

 20대가 되어버린 지금, 뒤돌아 생각해보면 내가 10대였던 시절이 그저 짧게만 느껴진다. 훌쩍 지나가 버린 그 시간이 마치 <워터>의 분량만큼이나 짧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별것 없는 순간들이 왜 이렇게도 반짝거리는 것일까? 작품 속 소년들처럼 별 것 아닌 것에 떠나갈듯이 웃기도, 때론 말 못할 고민으로 슬퍼하기도 했던 그 시절.. 우리는 그 순간들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그 시절을 흘려보낸다. 나 역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어느덧 20대를 맞이했다. 지금의 나와, 그 때의 나 사이에는 무엇이 놓여 있을까?

 나는 그 차이를 <워터>의 소년들을 보면서 알아 챌 수 있었다. 10대의 소년들이, 그 때의 내가 반짝거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다툼도, 가정 내의 문제도 꿈이라는 녀석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잔뜩 부풀어 올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꿈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 때, 매 순간, 그것은 우리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기에 10대의 그 시절이 그토록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닐까.

 <워터>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나의 10대처럼 끝나버린 느낌이 들기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담았기에 이 작품이 이토록 생기 넘칠 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나의 꿈을 이룬 소년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20대를 맞이하게 될까? 짧은 글의 여운에 의해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꿈을 꾸던 그때의 나로 되돌아와 있다. 그리고 다시금 내 시간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차갑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그의 작품을 찾게 되는 이유. 그것은 그의 작품 속에서 이와 같은 가슴 따듯한 희망 한 조각씩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요시다 슈이치의 <워터>, 짧지만 강력한 열정으로 가득한 책이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 p11

“뭔가를 시작할 때의 내가 가장 겁쟁이고, 그리고 가장 용감하다.” - p103

“아무런 형식도 없는, 전혀 질서도 잡히지 않은 우리 학교 수영부의 응원이 가장 큰 소리를 내서, 가장... 정말로, 최선을 다해 응원해준 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p108

요시다슈이치, 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