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11
<공병각> - Voox's \14,000

 사랑... 누군가에게는 시작일,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끝나가고 있을 두 글자 사랑. 생각만으로도 가슴 한 구석이 아련해지는 이 감정을 글이라는 수단으로 고스란히 전할 수 있을까? 때로는 꽃다발을 들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의 두근거림으로, 때로는 가슴이 찢어진 것만 같은 아픔으로 다가오는 사랑이란 감정이 그의 시원시원한 글씨 속에 녹아들어가 있었다.

 너무도, 정말 너무하게도 공감되는 글귀들로 가득했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내 사랑마저도 남들과 같이 평범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사람이란 지나가버린 시간이라는 녀석 앞에서는 비슷비슷한 모습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것도, 이별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도 누구나가 겪는 인생의 한 단면일 뿐이겠지.. 하지만 이렇게 평범하게 사랑할 것을 알면서도 왜 사랑을 시작할 때는 항상 특별할 것을 의심치 않게 되는 것일까? ‘우린 다르다’라는 어찌 보면 어리석은 생각들.. 그래 사람은 때론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리석은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가슴을 아프게 했던 추억들이 시간이라는 녀석에 의해 자꾸만 무뎌져간다. 때론 이러한 아픔을 한탄하다가도 어느덧 새로운 사랑으로 그 공간을 메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하고, 잊고, 다시 사랑한다. 그토록 아파했으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첫 번째일, 다른 누군가에게는 네 번째일 그 사람 곁에서 눈부시게 웃는다. 아무래도 사람은 사랑 때문에 울기도 하지만 웃을 일이 더 많이 생기나보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인 가보다.

 사랑은 시작이 어렵고 끝은 쉬운 것이란다. 참 맞는 말이다. 그토록 어렵게 이루어낸 사랑이 별 것 아닌 이유 하나로 허무하게도 끝나 버린다. 그렇게나 두근거리던 심장이 무심히도 정지해버린다. 아! 사랑의 시작이 어려운 이유는 너무나도 쉽게 멈춰버린 심장이 좀처럼 뛰지 않기 때문이던가. 나 역시도 어느덧 딱딱하게 굳어버린 얼음 같은 심장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왜일까.. 책을 읽는 도중 문득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가슴 한 구석이 따듯해져 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의 글씨 하나하나가 전해다 주는 온기에 내 가슴 속의 차가운 얼음들이 녹고 있는 것만 같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어느 곳에서 본 적이 있는 감정들이 그의 손에 의해 새롭게 다가온다. 누군가의 글에 의해 두근거릴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일이었던가! 닳고 닳은 클리셰가 아닌, 살아 숨 쉬고 있는 그의 언어 속에서 글의 힘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동질감 탓일까. 공병각, 낯설었던 세 글자가 이 책을 통해 더없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의 책 <잘 지내니? 한 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 멈춰버린 가슴을 뛰게 해주는 그런 따스함을 간직한 책이었다. 새로운 사랑에 가슴 설레는 이들에게, 잘 지내니? 라는 인사조차 할 수 없게 된 오랜 연인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에게서 받은 마음 덕분일까. 문득, 사랑이 하고 싶어진다. 아! 또 다시 나는 어리석은 그 때로 돌아가는구나..

“살며시 잡은 손 손가락에서도 심장이 뛴다..” - p27

“내가 널 항상 이렇게 웃게 해 줬으면.. 그 전에 준비한 수고는 이 순간 행복이란 단어로 녹아버리니까..” - p62

“내가 열정적이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 때는 바로, 당신을 만나 사랑에 빠졌던 순간이다. 그 때 난, 아주 뜨거웠었다..” - p120

“ 그 사람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나뿐이랄 거라 착각했었다. 그 사람 다른 사람 곁에서 눈부시게 웃는다..” - p214

“안녕하셨어요? 그 말이, 한 때, 안녕? 이었던 우리에게, 나에겐, 참 슬프다..” - p218

“이 세상의 모든 이별은 수많은 이유 중 딱 한 가지를 견디지 못해서 그 이유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곤 결국 내 잘못이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땐 늦었다..” - p224

“As time goes by. 시간이 흐른 뒤, 이건 참 슬픈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건 더 슬픈 일이다..” - p227

“늘 이런 말을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게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 이것이 정답일 텐데. 우린 그래서 헤어진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진 걸까..” - p249

“세상엔 사랑에 익숙한 사람보다 헤어짐에 익숙한 사람이 많다..” - p332

공병각, 잘지내니한때나의전부였던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