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쯤 내가 가보았던 북한은 처음부터 두려움의 연속 이였다

그 어떤 나라를 다니면서도 느끼지 못한 그 느낌이란......

하필 북으로 여행 간 날이 김일성의 서거일!!

입국심사를 하는 곳은 꼴깍 침 삼키는 소리까지 신경써야 할 정도로 조용, 살벌 그

자체였고 관계자와 눈 마주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에 깡마른 군인. 다리 밑 개천으로 위에는 축 늘어진 누루팅팅한

난닝구를 입고 아래로는 국방색 츄리닝을 입은 머릿속에 머릿이와 땜빵은 몇 개씩 달고

있을듯한 남루한 복장의 중고등학생들의 모습

영낙없는 티비에서 가끔 보여주는 한국의 70년대 흑백풍경 그대로였다.

 

지금도 느껴지는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환한 대낮인데도 온통 회색빛 침울한 모습이였다

온통 뿌연 회색빛

 

한 때 탈북여성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어 열한살의 유서라는 책이 더

읽고 싶어졌다

울고 있으면서도 믿거나 말거나 그저 연민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심취했던 적이 있었다.

열한 살의 유서를 쓰신 김은주씨 사진을 보니

이미 익숙해진 얼굴이라서인지 책 읽는 동안 자꾸 상황에 처해있는 김은주씨의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추운겨울 엄마와 언니를 기다리며 며칠 내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어야 했던 어린은주

이것이 죽음이구나. 삶과 죽음의경계가 어린은주에게 유서를 쓰게 만들었다

두만강 차가운 강에 어린자식들을 뒤로 물린 체 검은 강을 실험삼아 건너 보려했던 어미의

모정에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기근은 친척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얼음이 깡깡 언 강을 건너게 하였다

비굴한 삶이라도 살아야하기에 어머니는 중국남자의 아이를 낳게 되었고

공안에게 잡혀 다시 북으로 돌아오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에서 번 돈으로 브로커와 연결되어 중국국경철책을 뛰어넘고 사막을 뛰어

몽골 국경 철책을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땅에 들어선다.

 

난 모른다

개똥에 들어있는 옥수수 알을 먹기 위해 똥을 파헤쳐보지도 않았고

배고파서 음식을 훔쳤다는 죄로 사형을 당하는 사람의 흩어진 살점을 먹어보겠다고 다투는그 배고픔이주는 죽음의 경계선이 어딘지도 모른다

내가살기위해 남의죽음으로 나의 허기진 뱃속을 채워야하는 동족상잔의 아픔을 모른다

그러기에.

목숨을 걸고 찾아온 9년간의 탈북스토리를 읽으며 가만히 앉아 감동적이였느니 존경스럽다든지 생사를 내던진 위대한 스토리였느니 내 뱉는것도 감히 죄송스럽다

 

내가있는 곳에서 20분정도 차로 가면 코스모스너머로 보이는, 어제도 지나쳐 온 임진강 철책.

이리 가까운 곳에 또 다른 김은주씨가 많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성난 민심을 돌보지 않는 독재군주는 언제까지 두 손,두 발 자유로히 움직이게 할것인가

그 뾰족한 철책은 성난민심이며 흔들어대는 코스모스는 제멋대로인 독재군주인것같다

 

희망과 자유를 향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사막을 뛰었던 은주씨

깜깜했던 장막을 거두고 이제 밝게 행복해진 김은주씨를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중국의 동생과 한국 땅에서 같이 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의 용기와 간절함이라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김은주씨 당신은 그것을 보여주었고 앞으로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이 나라에서 내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