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중, 단편 소설집을 읽게 된 건 오랜만 인 것 같다.

우리에게는, 냉정과 열정사이로 잘 알려져 있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짝 반짝 빛나는.. 을 비롯해,

그녀만의 감성을 잘 담아낸 소설들이 많이 사랑받고 있다.

나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의 상당 권수를 읽었는데,

게 중에 모두가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3대 여류 소설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에쿠니 가오리는,

기존의 일본 소설가의 책들 중에서도 자기만의 독특한 색채를 지닌 것 같다.

수박향기를 읽기 전에, 다른 일본 작가의 책을 바로 1시간 전에 읽고 난 후,

그녀의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저, 담백하고 담담한, 그리고, 딱 읽기 부담스럽지 않은 일본 소설 특유의 책의 두께를

가진 소설을 읽고 난 후여서 인지,

같은 두께의 같은 단편임에도,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이 더 짙게 느껴지는 오늘이었다.

'수박향기'는 제목만으로는 뭔가 시원하고 상큼할 것 같은, 청량감을 주지만,

기존의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느낌처럼, 그저 산뜻하지만은 않은, 여러개의 스토리들을

담고 있는 책인 듯 하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수박향기와는 다른, 조금은 축축하고, 습한, 혹은, 쓸쓸한 향기가

수박향기 안에 숨어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되어 그녀의 향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요는, 아주 일상적이나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감성이 그녀의 소설에 담겨 있고, 이번

단편 또한 그런 그녀의 감성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