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많은 장르들이 있고, 그 장르들의 선호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인데,

나는 수필보다는, 시보다는, 소설을 즐겨 읽는다.

그러다가, 에세이, 산문집... 처럼, 삶이 녹아 있는 글들에 빠진 후부터, 그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 국어 시간에 배웠음직한 장르의 구분, '수필'이라는 것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해 본다. 그리고, 우리가 국어 시간에 접했기 때문에, 거기에다가 작가의 이름까지 범상치 않음에, 잊어버리기 쉽지 않은,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집을 손에 들었다.

이 수필집이야 워낙에 유명하고, 또, 영화로 인해 한차례 유명세를 더 치른 후,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더 사랑받는 한 권의 책이 되었는데,

나도, 사실은, 영, 읽을 생각을 아니하다가, 영화를 본 후에 책을 구입하게 되었고, 구입해 두고서는 읽지 않고, 마치 장식품처럼 뿌듯하게 전시해 놓는 과오를 범했다.

그렇다고 지금 막 읽은 것은 아니고, 구입하고 얼마 뒤 읽었다가, 책이란 게 그렇듯, 나중에 다시 읽으면 그 때 또 새록새록 피어나는 다른 감성들이 있는 것처럼, 이 책을 다시 읽으니, 또 20대와는 틀린 감성으로 다가와, 그냥.. 이렇게 또 긁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피천득 선생님에 대해서, 더 마음이 다가온 최근의 이유는, 고 박완서 작가님의 산문집 '세상에 예쁜 것'을 읽다가, 박완서 작가님이 피천득 선생님에 대해 쓴 글들이 담겨 있었고, 그 글에는 간소하고 절제된 피천득 선생님의 개인 서재에 대해 얘기한 것이 있는데, 그 부분을 읽고서는 더욱 마음이 다가왔다고 할까... 그래서, 수필집을 다시 꺼내 들게 된 것이다.

인연. 피천득 선생님의 서재처럼 간소하고 담담하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애틋함에, 이 책을 영원히 귀히 여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