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든 것은,  활자로 빽빽하게 채워진 글자들을 읽는 것이 잠시 잠깐은 몹시 피곤하게 느껴질 때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글자 대신 그림이나 사진들로 채워져 있는 책들을 사는 것을 조금은 금전적으로 낭비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건 순전히 일부 몇 명에 한하여.. 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그림이나 사진 등.. 좋은 글들을 대신하여 채워진 것 중에는 그 글들 마저도 너무 그 힘이 미약하여, 그림이나 사진이 좋더라도 조금은 마음이 흡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저는 만약 그 책의 저자의 힘이 사진이나 그림에 있다면, 그 글이 수준급이지 않더라도, 작가가 전달하려고 하는 감성과 마음이 전달만 되었더라도 그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지혁 일러스트 작가는 작가의 소개처럼 '스페인은 자유다'의 일러스트로 그 책과 함께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저자의 약력을 보고 책을 고른 것이 아니라, 일러스트를 하는 사람의 일러스트를 보기 위해 책을 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의도처럼 작가가 읽은 수많은 책의 리스트 중에서 같이 공감하고 싶어 하는 책들을 작가의 감성과 손끝으로 완성해 낸 일러스트에서, 그 책들의 이미지로의 느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책을 잘 읽었다고, 그 그림들을 통해 그 책들의 이미지를 잘 보았다고 작가에게 전하고 싶네요- 아주 아주 만들어진, 이라고, 최고라고, 수식어를 붙일 수는 없겠지만, 저는 가끔 이렇게 어떤 한 개인의 스타일로 잘 만들어 진 책들을 좋아합니다.

김지혁 작가가 마음으로 읽고 기억해 낸 그림들의 책 또한 읽어 보겠다고 메모하게 되었으니, 저에게는 이래 저래 좋은 것들은 잘 전달해 준 책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