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들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가의 새 신작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이 소설, 혹은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명쾌한 답을 줄 수 있을거라는 확신보다도, 파묵이라는 작가가 이름을 내걸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충실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을지가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책은 소설, 소설가에 대한 작가의 경험에 바탕한 견해를 강연으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소설에 대한 것인데 소설은 아니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왜냐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강연을 듣듯이 쭉~ 읽어 나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순간을 놓치면 맥락을 놓치게 될까 귀기울여 듣는 강연처럼 긴장을 늦추지 않고 힘껏 집중하여 읽게 되는 책. 하지만 강연과 다른 것은 행여나 놓친 순간에 대해 자책하는 시간을 갖고 한숨 고른 뒤에 다시 읽어 나갈 수 있다는, 활자로 되어 있는 책이기에 곱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다시 되새기고 싶다는 충동으로 책을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오르한 파묵은 개인의 경험에 충실하여 소설에 대해서, 소설가에 대해서 우리에게 전달을 하되, 지나치게 주관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유명한 작가들과 많은 인용문들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들을 객관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는 저자의 에필로그에도 잘 설명되어 있는데, 그러므로 이 책이 명쾌한 정답이 될수는 없어도 충실한 조언이 될 것 이라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소설과, 소설가. 이 책이 꼭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내내, 아~ 하고 공감을 하게 될텐데, 혹은 '이거 뭐 다 아는 내용이잖아'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텐데, 이는 오르한 파묵이 자신의 긴 소설가로서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공감하고도 충분할 내용들을 강연으로 다시 한 번, 좀 더 전문가답게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강연의 책이 바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