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글을 읽다가, 루쉰의 글의 힘을 피력하는 위화의 말에 가지고 있던 루쉰을 들었다.

루쉰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가 어떻게 평가받고 있느냐는 그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를 것 같은데, 위화가 말한 루쉰, 내가 이 때 끌린 루쉰은, 소설가로서의 루쉰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시대에 의한 것이 가장 크겠고, 그의 행적이 워낙 다방면에 걸쳐서 남아있기 때문에, 그를 수식하는 미사여구나 직책이나 직업이나.... 등등 그를 평가하는 많은 단어들이 붙게 되는데, 사람들은 어쩌면 각 분야에서 그 분야의 필요에 의해 루쉰을 끄집어 내어 그의 이야기들을 차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소설가로서의 루쉰을 만나는 위화나 나의 행위도 특정 분야의 그의 모습을 찾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시대나 혁명이라는 잣대에서 가장 많이 부각된 그의 모습을 잠시 잊고, 지금 이 시대에, 편한 글 읽기를 필요로하는 이에게는 소설가 루쉰을 만나는 것이 참 새롭고 설레는 작업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라는 제목만 봐서는 그 산문집이 아름답고 고요하고 평화로울 것 같은데, 막상 책을 펼쳤을 때는 그 이미지가 없지는 아니하지만, 그 문장들에서는 채찍과 격려가 느껴졌고, 결국, 소설가 루쉰을 만나고 싶으나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읽으면서는 그의 생각과 그가 시대에 알리고자 했던 계몽적인 글을 만나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으로 마무리 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 하나, 깨달은 것 하나는, 그는 중국이라는 공간에서 혁명이라는 시대에 존재하던 인물로서, 그 때의 현실에 가장 올바른 글들로 많은 중국인들을 깨우치고자 하는 의도가 가장 큰 그의 목적이었겠지만, 그의 글들이 지금에 와서는 혁명의 시대와 중국이라는 나라의 공간을 뛰어 넘어, 현실의 시대, 현실의 모든 나라의 세대들에게도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

그래서, 어디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 그의 주옥같은 글들이 글을 읽는 동안 내내 자극이 되어 참 멋진 깨달음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