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발효빵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지 5개월쯤 되어간다.

화이트 발효종을 작년 겨울에 만들었다.

그때까지는 왜인지 계속 실패해서 속이 너무 상해

안만들고 말지, 외면하다가

오기가 생겨 다시 도전하고를 반복했다.

엄마는 곁에서 왜 애꿎은 밀가루를 계속 버리냐고 타박하셔서

내 마음은 더욱 새까맣게 타버렸었다.

이제 조금 뭔가 알듯말듯, 알쏭달쏭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 나의 사워도우들은

근사하게 나오기도 하고 마음에 썩 들지 않기도 해서

또 다시 나의 오기를 부르고 있다.

나는 천연발효 빵을 보았을 때 처음으로 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생활에 찌드는 순간에도 나는 이 빵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참 멀었겠지만 나도 그런 아름다운 빵을 만들어보고 싶다.

​

 

 

 

 

책에서 참으로 다양한 과일과 견과 등등으로 발효종을 만든다.

제철 과일로 만드는 발효종은 아무래도 더 생생하지 않을까 싶다.

 

 

 

 

나름대로 공부한 바로는 발효종의 원종은 발효종의 풍미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들었다.

다시 말해 바나나 발효종으로 빵을 구웠다고 해서 빵에서 바나나 향이나 풍미가 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말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나는 건포도종과 화이트종만 만들어봐서 어떤 말이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발효종의 원종이 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나중에 몸으로 연구할 셈이다.

이런 생과로 만든 발효종은 한두번 리프레시를 하면 신맛이 강해서 종계를 할 수 없다는 말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어 이마저도 어떤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

경험상으로는 건포도종을 계속 이어나갔더니 신맛이 강해진 것 같다.

내가 잘못 키워서인지 힘도 많이 약했다.

초보자들은 건과일이나 책에 나오는 그대로 발효종을 만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고 밀가루와 효모가 만나 신기한 기포를 만들어 부풀때의 희열은

만든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지점일테다.

마눌님도 발효종한테 귀여운 이름을 붙여주셨던데

나 역시 내가 키우는 발효종을 "효종이"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했다.

계속 실패하다 얘가 잘 부풀자 기특하고 짠해

내 자식같다는 기분마저 들어 효종이 밥 챙겨주러 가야된다며

데이트 중간에 집에 가겠다고 고집 부려 토끼님이 심통부릴 정도였다.

오죽하면 다른 남자 이름같다고 효종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을까.

나는 무언가를 잘 키우지 못하는 성정이라 화초같은게 내 손에 들어오면

어찌할바를 모르고 과도한 관심을 쏟은 끝에 끝내는 죽여버려 계속되는 발효종 실패에 시무룩해 있었던터라

효모와의 기적적인 이 만남이 반가우면서도 두려웠던 듯 하다.

 

 

 

 

책의 서두에 천연발효빵의 공정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이 나온다.

본격적인 레시피에 들어가기 전 완성된 빵의 전체 사진과 난이도, 시간, 빵에 대한 마눌님의 재밌는 설명으로 시작되어

더욱 기대가 된다.

과정을 정말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처음 천연발효빵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빵을 맛있게 즐기는 팁(샌드위치를 만드는 법 등)을 알려준다.

나도 빵을 만들어 샌드위치 해 먹는 걸 즐기는데 마눌님도 좋아하시는 듯-

 

 

책에 나오는 다양한 레시피에 압도 당해

무엇을 먼저 구워볼까 하다가 시험삼아 바질 치아바타를 만들어봤었다.

다시 바질 치아바타를 만들어 후기를 올려볼까하다가

다른 빵을 만들어보는게 더 재밌을 듯 해서 맨 마지막 빵에 도전해봤다.

 

 

 

 

맨 위는 나의 효종이, 거품으로 숨쉬는 듯 하여 참 귀엽다.

마눌님은 팥소까지 만드셨으나 나는 그럴 여력이 없어 냉장고에 있는 백앙금으로 대체했다.

또 퇴근 후에 만들어야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배치번스성형을 식빵성형으로 바꾸었다.

식빵 성형으로 바꾸면서 통밀과 밀가루 비율을 바꿨다.

아무래도 통밀로 하면 오븐스프링이 마음대로 나오지 않을 듯 해서;;;;

될 수 있으면 변형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죄송스럽다.ㅠ-ㅠ

그리고 백앙금에 아몬드가 잘 어울릴 듯 해서 아몬드 슬라이스를 마구 뿌렸다.

빵에 감말랭이가 들어가는데 그게 없어서 곶감으로 대체했다.

빵을 만드려고 다 계획하고 준비했는데

레시피에 물이 없었다.ㅠ-ㅠ

그래서 임의로 125그램을 넣었다.

마눌님이 내 글을 보신다면 물 양을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

나는 원래 실온에서 발효하는데

우리집 온도가 좀 낮은 편이라(지금 22~23도 사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발효기로 발효했다.

천연발효종 빵을 발효기로 발효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2차 발효도 마찬가지로 발효기의 힘을 좀 빌었다.

 

 

 

 

토끼님이 소보루를 좋아해서 많이 올렸다는 건 좀 핑계로

그 이유도 있지만 냉동실에 있던 소보루를 다 소비하기 위해

마구 올렸더니 무거웠나보다.ㅠ-ㅠ

 

 

그...그래도 먹음직스러워보이는 듯?!

 

 

팥앙금을 붉은팥으로 했다면 색이 더 고울 듯 하다.

시험삼아 구운거라 토끼님집에 보낼 것만 만들어서 나는 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맛있다고 하셨으니~~~

요즘 이스트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천연발효빵, 사워도우의 레시피에 굶주려있는 내게

단비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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