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언제나 고추장, 된장을 만들고 싶어했다.

우리 집은 고추장, 된장을 사먹는데

뜬금없이 만들고 싶어했는 지 딱히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공장에서 찍어 낸 똑같은 맛이 아닌

매년 만들 수는 없더라도

언젠가 한번은 나만의 고추장, 된장을 만들고픈 욕심이 있다.

발효음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생물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 지 관찰하는 재미가 좋다.

나는 성격이 급한 하고 무언가에 꽂히면 집착하는 편이라

분명 매일매일 장독 뚜껑을 열었다놨다하면서 요란을 떨겠지만

괜찮은 장맛을 위해서라면 진득하니 두도록 노력해야지.

만드는 데 있어서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바로 구더기인데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랴, 라는 속담이 있지만

나는 정말 이게 무서워서 끝까지 담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주변에 장을 만드는 지인은 한명도 없어서

이걸 어디서 배워야하나 고민했는데 마침 '엄마의 밥상'을 발견했다.

고추장, 된장을 만드는 법이 나온다는 소갯글에 눈이 뒤집혀 서평단을 신청했다.

책 내용을 베이스로 하고 후에 토끼님 할머님께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졸라봐야겠다.

귀찮게 하는 손자며느리를 탐탁치 않아 하시려나.

 

 

스무 살 초반에 혼자 살았던 시절,

집을 나왔을 때야 비로소 엄마가 해준 밥이 제일로 맛있는 걸 알게 되었다.

 

 

엄마 밥상의 기본 양념은 다양하다.

나는 매실청만 알고 있었는데 도라지청, 오미자청, 배청, 쑥청 등등 다양한 청들이 있더라.

 

 

나는 된장보다 고추장이 더 어려울 줄 알았는데

된장 만들기가 더 손이 많이 가는 거였다.

처음 만든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게 적은 양으로 레시피가 꾸려져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챕터를 나누어 제철 음식을 소개해준다.

굉장히 생소한 재료와 요리법이 많아서 놀랐다.

나 모르게 다른 이들은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있었다니

조금은 샘이 났다.

 

 

예전에 나는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음식이 맛있었는데

요즘에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음식이 좋다.

시골 엄마밥의 레시피는 재료가 몇몇은 생소한데 비해 과정과 양념은 간단하다.

 

 

도루묵찌개를 드셔 보았는가?

나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거라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사실 한번도 듣도보도 못한 음식이 꽤 많았지만

칼칼해 보이는 국물에 침이 고일 정도로 맛있어 보였다.

 

 

요즘은 보기 힘든 귀한 재래시장 풍경이 담겨 있다.

청주에도 육거리시장이 있다.

대형마트에 밀려서 한동안 고사의 위기도 있었지만

생존을 위해 시에서도 이런저런 행사와 대책을 세우고 있긴 하다.

재래시장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조차도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니 부끄러워진다.

 

사실 나는 '시골 엄마밥'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우리 엄마밥보다는 제주도 할머니 밥이 떠올랐다.

예전 할머니 댁에는 곁방이 있었는데

커다란 가마솥이 있어서 김씨 며느리들은 그곳에서 제사며 차례 음식을 만들었다.

잔치가 있을 때면 창고에서는 잡은 돼지와 소를 삼촌들이 손질을 했다.

가마솥을 끓이는 나무 때는 냄새가 지금까지도 코끝을 간지럽힌다.

어릴 때는 할머니 음식이 너무 투박해서 맛이 없었다.

제주도 음식이 원래 좀 거칠고 투박하다.

도시에서 자라 철없이 반찬투정하는 손녀에게

뭐라도 먹이고 싶어 이것저것 만드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가슴이 먹먹하다.

 

Copyright ⓒ 팔미호羊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