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살인의 추억>

연극 '라이어'가 원작인 영화 <라이어>는 원작 자체도 창작극은 아니다. 영국 연극 '런 포 유어 와이프(Run for Your Wife)'를 원작으로 하였으며, 혹시 연극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이라면 대학로에서 벌써 수년째 장기상영을 하고 있는 '라이어'라는 연극을 보거나 아니면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연극으로 소문났기 때문이다.물론 영화 <라이어>가 나왔을때도 그 연극을 영화화 했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았을터.
이 정도로 이 연극은 엄청난 흥행으로 인해서 그 수입으로 다른 소극장까지 하나 인수를 하고 그 극장에서는 '라이어2편,3편까지 상영했다. 지금도 대학로에 가보면, 이 연극을 보러온 사람들로 길게 줄을 서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웃기는 거짓말, 즐거운 거짓말, 신나는 거짓말!!!" 이 내용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만큼 시종일관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라이어>는 연극 '라이어'를 거의 그대로 스크린으로 재현한 영화이다.
하지만 연극을 몇번씩 본 사람들은, 영화가 연극이 가질수 있는 재미까지는 재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도 분명 재밌는 영화임엔 틀림없지만, 이 영화는 순전히 대사에 의존을 하기 때문에 짜임새 있는 거짓말과 순간순간 애드립으로 끌어감이 가능해서 영화 속처럼 굳이 넓은 장소는 필요없다.
그래서 영화는 장소이동을 통해 흐름이 끊기지만 연극은 소극장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시종일관 빠른 진행과 엄청난 순발력을 보여줄 수 있다.
영화 <라이어>에서의 웃음의 맥이 다소 끊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뽀~너스 : '라이어' 연극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연극 '라이어'의 초연 당시 출연했던 배우들이 현재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다는 것이다. 1992년 국내 초연 때의 제목은 '심바새메(심야에는 바바라, 새벽에는 메리에게 가는 택시기사의 두집 살림)' 였는데 설경구 이문식 권해효 이정섭 등이 출연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이 연극이 설경구의 연기데뷔작이며, 영화 속에서 알렉스로 표현됬던 게이 역할로 출연했었다는 것이다. 온몸과 목소리에서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겨나오는 연기를 선보여 객석을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만들었다고. 게이를 연기한 설경구, 상상이 가는가?

<살인의 추억> 역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다룬 연극 '날 보러와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 와요'에도 관심이 집중되어 매진사례가 잇따랐었다. 사실 영화의 '후광'을 얻었다고 말하기에는, 연극 자체의 품질이 워낙 뛰어나고, 그렇다고 연극만으로 새삼스럽게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기에는, 영화의 힘이 컸다. <살인의 추억>을 본 관객이 봉준호의 치밀한 세부 묘사에 감탄했다면, '날 보러 와요' 를 본 관객은 연출가이면서 원작자인 김광림의 탄탄한 이야기 전개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영화와 연극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영화에 나오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은 '날 보러와요'에 등장하는 것과 같다. 송강호가 주장하는 무모증에 대한 에피소드나, 음악이 나오면 범죄가 이루어진 것 등이다. 단지 음악이 차이가 있는데 연극에서는 모차르트의 음악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유재하의 노래로 바뀌어 졌다. 그리고 연극에는 영화에 없는 로맨스가 있다. 영화에서의 서태윤(김상경)역과 다방 종업원 미스 김의 사랑이 있다고 한다.

두 영화 모두,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는 장진 감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대학로에서 공연될 당시 입소문을 타고 대박을 터뜨렸던 두 연극은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받아 영화계로 진출하는 영광을 안았다.
현재 개봉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웰컴 투 동막골>은 애초에 시작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 탱크가 엉뚱한 곳에 잘못 밀고 들어갔다면' 이라는 소재로 작품을 쓰기 시작해서 연극작품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2002년 12월에 LG 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다.
애초에 상당부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쓰다 연극이 먼저 만들어졌던만큼, 장진 감독이 직접 영화화를 하려고 했으나, <묻지마 패밀리>중 '내 나이키' 에피소드를 만든 박광현 감독이 영화화를 맡게 된 것이라고.

장진 감독은 역시 2000년 자신이 직접 쓰고 연출했던 연극 <박수칠 때 떠나라>를 영화로 만들어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8월에만 두 편의 장진 연극이 영화화되어 극장에 걸리는 셈이다. 흔치 않은 케이스.
영화 <아는 여자>로 '장진 스럽다' 의 피크를 보여준 장진감독. 그만큼 그만의 독특함이 작품들에서 묻어난다는 뜻이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그 '장진스러움'의 결정판이라고 한다.
연극으론 이미 검증이 되었으나 그만큼 '영화다운 변신'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부담 때문인지 <박수칠 때 떠나라>는 연극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한다. 연극의 성격을 벗는 대신 블록버스터급 세트와 제작비로 ‘버라이어티 리얼 수사극’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하니, 연극와 영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뽀~너스 : '장진스럽다'의 뜻은?
①현실에 없을 법한 사람들의 없을 법한 얘기를 능청스럽게 풀어내기 ②남들과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하기 ③재기발랄한 대사와 엉뚱한데서 터지는 폭소 ④이 모든 것.

2002년 38회 백상예술 대상 시나리오 부문 수상작인 <라이방>은 영화로 이미 대중에 알려지고, 영화로 만든 후에 다시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수작으로 평가받았으나 흥행에 참패하고 대신 연극은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각기 개성이 다른 3명의 택시 기사들의 한바탕 소동을 통해 평범한 서민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 비록 원치않는 삶을 살지만, 어쩌면 자신에게도 다가올 지 모르는 한가닥 희망을 품고 사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재치있게 묘사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받은 5억원을 포함해 1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되었다.

*뽀~너스 : 라이방이란?
라이방은 선글라스의 대명사인 '레이밴(Ray-Ban)'을 베트남 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베트남전라스를 쓰고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라이방'이라고 불렀다. '라이방'은 "선글라스 뒤에 숨고 싶은 심정, 사는데 자신없는 심리"와 "따가운 햇볕같은 현실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는 그늘"을 상징한다.

연극 <오구>는 89년 초연된 이후 270만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깊은 감동과 높은 작품성으로 이미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97년 부터는 강부자씨가 황노모 역할로 합류하며 대중적인 인기가 극에 달했다. 연극의 연출을 맡았던 이윤택 감독은 연극무대가 가지는 한계에 아쉬움을 느끼고 <오구>를 영화로 만들어냈다. 강부자씨는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2000년 영화진흥위원회 사전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며,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3억 5,000만원을 지원받은 데다 추가 제작비를 개인적으로 모집해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 한다. 1924년 부산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영화사 '조선키네마주식회사' 이후 80년 만에 2번째로 부산지역의 자본과 인력이 중심이 되어 제작되었다고.

*뽀~너스 : 오구란?
씻김을 의미하는 말로, 연출가 이윤택씨가 '산오구굿'을 '오구'라 부르며 연극무대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산오구굿'은 지역마다 그 이름과 형식을 조금씩 달리하지만 이승에서의 한과 업을 풀고 가장 편안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저승에 가는 일종의 통과의례의 의미는 모두 같으며, 매우 대중적인 굿이다. 오구굿은 순결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간다는 의미에서 저승의 '오구대왕에게 시집가는 것'이라고도 하는데 때문에 오구굿은 '사혼死婚식'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