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기름유출로 인한 아픈 기억만 떠올리게 되는거 같아요.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는 태안의 아픔이 하루 빨리 아물기를 바래봅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와 생명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책을 통해서 가지게 되었답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피어나는 식물과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은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희망을 안겨주는 거 같아요.

서해 바닷가를 따라, 3km 이어지는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되어 있는 태안 신두리  야트막한모래언덕 속에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고 하네요.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마음 편안해지는 그림책인 거 같아요.

풀 한포기, 꽃 한송이 피어나지 않을 거 같은 황량한 모래언덕에 봄이 찾아오면, 파릇파릇 새싹들이 움틉니다.

통보리사초, 해당화, 사철쑥 등 무거운 모래밭을 헤치고 싹트는 생명의 신비로움과 바람이 맞은 곳이라 납작 엎드려 기어가듯 자라는 모습이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는 그들만의 노력이 보이네요.

바람을 거스르지 않으려 비스듬히 자라지만, 바람에 넘어지면 그냥 누운 채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모래 언덕 뒤쪽으로 오솔길을 따라가면 빗물이 고여서 생긴 연못, 두웅습지가 나타납니다. 이곳에는 금개구리, 물뱀 무자치, 표범장지뱀 등 보기 힘든 많은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어려운 환경속에서 힘겹게 움튼 식물과 동물들을 힘겹게 하는 것은 늘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인거 같아요.

더운 여름을 보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흔적과 아직도 자리잡은 기름띠...하지만 자연은 그런 우리를 너그러이 용서하듯이, 싹트고 피어나고, 그리고 때를 맞춰 지면서 이곳 태안을 지키고 있습니다.

"겨울을 나고, 새봄은 잊지 않고 찾아옵니다.

늘 그렇듯이 풀들은 모래언덕에 저마다 때를 맞춰 피고 질 것입니다.

바람이 만든 모래밭은 스케치북,

풀들은 지우개 달린 연필일까요?

꽃을 그리고 나면 자신을 지우고,

모래만 남긴 채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풍경화를 보듯 아름다운 삽화와 삽화를 통해서 보는 태안의 생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예쁜 그림책이였어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함에 대한 경이로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자연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거 같아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에는 소중한 사람이 많듯이,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에도 보듬어 사랑해야 하는 자연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자의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