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란 고전은 어린 시절에도 읽었던 것 같은데, 끝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 읽지 않았던가. 꼭 처음 부분의 보아코끼리 이야기만 머릿속에 자꾸 맴돌아대기만 하고 뒷부분은 영 기억에 없었다. 음, 그리고 보아코끼리를 그린 사람이 어린 왕자였던가, 조종사였던가 그것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직 초등학생 시절에 언니가 학교 숙제 때문에 샀던 고전 책들 중에 몇 권이 내 발 밑에 떨어진 때 보곤 여지껏 보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지금보니 그 때도 대충 훑어만 봤을 뿐 끝까지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윽~ 놀라운 일이다. 아직까지 『어린 왕자』 를 안 본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그것이 바로 나라니... 부끄러워 어디가서 말도 못하겠다. 그런데 그 일을 서평으로 쓰고 있는 나도 참,,,

 

그래서 소장도 할 겸 아름다운 책으로 골랐다. 어른이 되어 좋은 점 하나는 아름다운 것을 능력껏 마음대로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첫눈에 보고 반해버린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멋진 이 시리즈는 고이고이 모셔두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아마 출판사에선 이것을 노린 것이겠지만 소비자로선 아름다운 책을 만들어줘서 아주 고맙다. 가격대야 좀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소장가치가 있는데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법이다. 게다가 사진도 아주 아름답게 나왔다. 실수로 플래시를 터뜨리고 찍은 사진이 바로 밑의 사진이다. 플래시를 끄고 찍은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워서 그냥 실었다. 예쁘지 않은가. 이 맛에 여자들이라면 이 책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이름은 바꿔서 나왔지만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사실 소장한 순서대로라면 가장 마지막에 사긴 했는데 읽기로는 제일 처음에 읽기로 마음먹었다. 역시 아름다운 걸로 치면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중에 가장 예쁜 색감으로 가장 동화적으로 예쁘게 그려주었다. 역시 잘 선택했다.

 

찬찬히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기억나는 부분도 있고, 기억에 없는 부분도 있었는데, 역시 유명한 작품이라 여기저기서 종종 인용이 되어 그런가 보다. 만약 책을 읽었다면 이렇게나 한 부분이 깡그리 기억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가장 유명한 장면인 ‘여우와의 조우’ 편에서는 작가의 천재적인 감성에 부러움과 가슴 떨림을 느꼈고, ‘여러 어른들과의 만남’에서는 한심한 어른들에 대한 비판과 어느 새 그런 어른이 되어 버린 나에 대한 자기 반성을 하게 되었으며, ‘장미꽃의 마음을 깨닫는 명장면’에서는 사랑에 대한 혜안을 알게 되었고, ‘뱀과의 대화’에서는 섬뜩함과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가장 압권인 부분은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많은 책에서 인용되어 지겹도록 들었던 ‘여우와의 길들임’에 대한 장면이나 ‘양이 들어가 있는 상자’ 장면이나 ‘보아코끼리’ 장면은 이제 식상할 데로 식상해져 버렸고, 만약 내가 읽었다면 내 머릿속에서 깡그리 없었던 부분인, 혹은 안 읽었다면 정말 충격적인 마지막 부분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 어린 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가버린 그 부분...

 

지구별에 왔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왔었던 건지, 왜 갈 때는 그 몸 그대로 못 가는 건지, 어린 왕자가 내 앞에 있다면 한 번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만큼 마지막 장면은 너무 아팠다. 그렇게 죽어가면서 주인공 ‘나’가 아파할까봐 오지 말라고 하는 그런 마음씀씀이 또한 내 가슴을 울렸고. 정말 어린 왕자는 그의 별로 ‘돌아간’ 것인지, 아니면 그저 뱀에게 물려 ‘죽어버린’ 것인지 절대로 그 진실을 알 순 없겠지만 그런 의미심장한 분위기에선 안 슬플래야 안 슬플 수가 없었다. 진실은 있지만 우리가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는 것일까. 원래 진리란 그런 것일까. 아니면 진실이 너무나 끔찍해서 안 그런 척 쇼를 하는 걸까.

 

그래도 우린 저 멀리에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소행성 B612’가 있다고 믿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할 것이다. 진실이 어떠하든지 우리가 믿고 있는 그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많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