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지인에게 일본에 대한 여행기 하나를 선사했다. 25년 전에 일본에 인연을 맺은 후부터 지금까지 일어도 꽤 하시고 일본의 여러 명소를 다니셨던 분이시라 일본에 대한 책이라면 그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거란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단순한 생각을 하기까지엔 이 책이 큰 공헌을 했다. 처음 내가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도 이 책이 전해주는 느낌처럼 소소하고 여유로운 그런 여행을 바랐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런 소소한 재미 속에서 이런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선뜻 선물하고픈 마음까지 들었던 것이다. 글에서부터 사진까지 저자 혼자서 해낸 것도 용하다 싶긴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일본 지도까지 상세하게 일러스트로 나타내주어서 일본의 지리는 하나도 모르는 나를 참 많이 배려해주었단 점이다. 물론 내가 애써서 찾아놓은 일본 전지역을 설명해놓은 지도가 실려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일단 저자가 하고픈 의도가 있었을 테니 그 부분은 그냥 넘어가자. 사실 나는 바보라서 좌측 사진 중「주부」라고 쓰인 이름 밑에 일본 전제 지도가 자그마한 택처럼 달려있다는 사실은 서평을 쓰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단 말만 살포시 남기고 싶다. 

총 다섯 군데로 나눠서 【#01 주부의 작은 마을】【#02 간사이의 작은 마을】【#03 주고쿠의 작은 마을】【#04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05 오키나와의 작은 마을】로 이루어져 있기에, 도호쿠도, 간토도, 시코쿠도, 규슈도 들어가있진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한 작은 여행이 된다. 그러나 말 그대로 ‘작은 마을’을 다니는 것이니까 관광객도 없는 한산한 도시로만 다닐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시마네켄 현립미술관이 위치한 마쓰에나 간사이 사람들만 몰래 온천욕을 즐기러 다닌다는 키노사키 온센 같이 사람이 북적이는 곳도 있기 마련이니까 또한 그런 곳에서는 사람 살아가는 것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멍하니 기차를 타고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리고 싶어질 때 거침없이 내려버리는 저자를 닮았다. 그래서 목적지와 일정이 짜여져 있어 시간에 쫓겨서 가는 여행이 아니기에 더 여유롭고 더 소소한 앙증맞음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예전에, 아니 아직까지도 여행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계속 하면서도 일 년에 몇 권은 서평으로 올리게 되는 것을 보면 좋아하진 않지만 헤어나오진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야 생각해본다. 중독이라는 것, 과연 좋아해야만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다. 나처럼 여행기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이 나열되어 있는 책으로 보인다고 생각할지라도 계속해서 불평을 입에 달고 다니며 본다면 그것이야말로 중독이 아닐런지. 그런 의미에서 난 이 책에 중독되어 버렸다. 겨우 최근 들어서야 일본에도 가보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던 나로선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01 주부의 작은 마을】      여기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것도 농구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슬램덩크〉의 배경인 된 「가마쿠라」이다. 정말 도로를 가로지르는 철길이 있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고 꼭 저 모습이 영화의 한 세트 같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란다. 사실 〈슬램덩크〉를 그리 즐겨보지 않았던 터라 이 장소가 그리 감회가 새롭게 다가오진 않지만 저런 장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든다.

【#01 주부의 작은 마을】     여기는 진짜 일본의 옛모습을 볼 수 있는 「고카야마」와 「시라카와고」이다. 옆에 보이는 사진은 에도시대부터 존재했던 ‘갓쇼즈쿠리’란 가옥 구조로 우리나라의 안동 생각하면 되겠다. 사실 안동도 가보지 못했는데 멀고도 가깝다던 일본의 전통 가옥은 잘 구경하고 간다. 분위기도 아득하고 옛어른들의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02 간사이의 작은 마을】      여기는 일명 하늘로 올라가는 다리라 불리는 「아마노하시다테」. 이것을 보려면 리프트나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는데, 보통은 케이블카에서 양 발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봐야 제 맛이 난단다. 정말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니....우와~

【#02 간사이의 작은 마을】      여기는 대나무와 이끼, 그리고 유도후란 두부 끓여먹는 음식이 유명한 「아라시야마」이다. 하늘을 가려버릴 듯한 대나무의 위용에 정말 숨이 멈을 것만 같았다. 그러기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쉬웠다곤 하지만 꼭 한 번 저 곳에 서있어 보고 싶다. 그렇지만 사람이 북적이면 별론데~ 아쉽다. 유도후는 섣달그믐 밤에 먹는 것인가본데, 다다미에 펼쳐서 끓여먹는 거라 색다를 것 같다. 하지만 난 아직 유도후보단 다른 것이 먹고 싶다구~

【#03 주코쿠의 작은 마을】      여기는 에도시대 도쿠가와 막부의 직할 영지이자 번성한 산업으로 번영을 누렸던 「쿠라시키」이다. 나마코 무늬의 흰색 회벽과 운하 주변의 초록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산뜻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내가 「쿠라시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엄청난 컬렉션을 갖춘 ‘오하라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서양인들이 많이 관람하러 올 정도 대단한 컬렉션이니, 꼭 보고 싶다.

【#03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여기는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해안선과 열아홉 개의 사랑스러운 언덕을 가진 「하코다테」이다. 예전 어떤 영화에서 봤음직한 그런 언덕이라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 광고에서도 박찬호가 여러 신부들에게 쫓기는 곳이 여기었었나?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분위기가 얼핏 나서 참 인상깊다. 이렇게 이국적이고 찬란한 곳이 이웃 나라 일본이었다니... 정말 몰랐다. 정말 가고싶다.

정말 여행 한번 잘 했다. 더 구경하고 싶은 곳도 많이 있지만 이런 대단한 곳의 절경을 내 손 안에 넣은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이국적인 곳은 아무런 약속도, 일정도 없이 훌쩍 떴다가 훌쩍 다녀올 수 있다면 충분히 멋지겠다. 언제 갈 수 있으려나. 보통 여행기를 보면 이렇게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일본은 가깝기도 하고 그만큼 이국적인 매력이 뛰어나 유럽이나 호주와 비교해 정말 알찬 만족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아 꼭 가고 싶은 맘이 든다. 아~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