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던 남자가 박정대 시인을 사랑했다.

고로 나도 박정대 시인을 사랑하기로 했고, 사랑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 난무하는 지역과 무가당 클럽과, 체 게바라 만세와 몽골과 유럽의 이미지는 미워할 수 없고 허무맹랑하지도 않다.

 

그는 책 표지처럼 두 발에 날개를 서 너개씩 달고 이 대륙과 저 대륙을 날아다닌다.

정말 그가 말하는 지역에서 샘물이 솟고, 눈이 내리고

체 게바라가 담배피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연대를 가지고 있고, 그 연대는 연대밖의 사람에게 배타적이지 않다. 그것은 서로 하나의 세포로 합쳐지는 연대이다.

 

그의 스케일은 크고 웅장하다. 그렇다고 화려하지는 않다.

소박함의 스케일이란 우주를 삼키고 은하계를 삼키는 법이다.

 

아직도 사랑하던 남자를 덜- 잊었고,

박정대는 계속 사랑하기로 한다.

체 게바라 만세이다!  옆에 있으면 담뱃불이라도 붙여주고 싶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