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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책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2권의 마지막 장을 덮는 마음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거웠다.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이야기가 좋다. 한 많은 역사를 가진 나라에 태어났다는 게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하고 힘있고 막강한 나라의 국민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가지곤 한다. 대선을 앞 둔 시점이라서 그런지 한층 더 마음이 센티해져있다. 학창시절 내게 대선은 선거권도 없었을 뿐더러 어른들의 세상. 어른들의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나의 미래를, 앞 날을 보여줄 중요한 자리가 된 것이다.

 

학창시절 <광장>이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가 기억이 났다. 사상이라는 것.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지금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 시절엔, 나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수 많은 목숨을 앗아가게 만들었다. 얕은 생각으로 그거 하나로 이렇게 나라가 갈라지고, 세력 다툼을 하고,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 했었다. 그런데 권력이라는게, 돈이라는게, 생각보다 참 무서운 무시무시한 마력을 가진 것인가보다. 그래서인지 그의 죽음이, 그의 암살 사건이 더욱더 비통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던 점은 그의 죽음이 극동 사령부와 한국 정부간의 합작 이라는 사실이 아니었다. 한 나라의 평화를 위해 북한과 손을 잡고 싶었던, 그의 꿈이 물거품이 되면서 그 결과 미래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분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미래는 다른 시나리오로 바뀌었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가 그때 암살 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암살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꿈을 잃었고, 희망을 잃었다. 가족을 잃었고, 평화를 잃었다.

 

이 책이 나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이 진실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깊은 역사가 담긴 책이라서 리뷰를 적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이 책의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주인공인 동욱이라는 인물에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해 어느새 빠져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고, 좀처럼 속도가 나가지 않던 것들이 백범의 죽음과 함께 암살에 미끼로 개입이 된 동욱이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2권으로 갈수록 탄력을 받아 금세 읽어나갈 수 있었다. 원래 소설을 읽을 때면 주인공에 잘 감정 몰입하는 편인다. 이번 소설 역시도 그러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결말을 확인하면서 마음이 참 무거웠다. 작가가 이 책을 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가 눈에 훤히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알게 해준 것이 고마웠고, 내가 그런 진실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는 점에서도 뿌듯하고 기뻤다.  덤으로 이 책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로 나오게 되어 더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의 진실을 바로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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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편지 내용을 보는 내내 동욱의 손이, 온몸이 덜덜 떨렸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백범 암살은 동경의 극동 사령부와 한국 정부와의 합작품이었다.

단순히 한 군인의 치기 어린 행동이 아니라 몇 달 동안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고 사건 이후 처리문제까지도 완벽하게 각본을 짜놓은 한편의 영화였다.

겉으로 웃으며 백범에게 다가섰던 그들의 이면에 이런 무시무시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무섭고 화가 났다. 아무리 자신들과 가는 길이 다르다고 하지만 한 평생 조국의 독립과 아름다운 국가를 꿈꾼 노 정객에겐 너무도 가혹한 처사였다.

'무조건 세상에 이 사실을 공개해야 된다. 그들의 야만적이고 파렴치함을 온 세계에 알려야 한다.'

동욱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291p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