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내면을 들여다 보는 법을 깨닫다.'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첫 번째 정독 했을 때 마지막장을 덮으며 나는 지적갈증이 해소되거나 통찰력을 획득하기 보다는 감정의 울림을 느꼈다. 많은 고민과 조언들이 나의 이야기였고 친구의 이야기, 부모의 이야기였으므로.

 평소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읽어보았던 몇몇 책들과는 사뭇 다른 직접 상담을 받고 치료받는 듯한 경험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심리지식들 또한 이해를 넘어선 공감으로서 직접 마음에 와 닿았다. 예를 들면 원초아(원본능), 자아, 초자아의 문자적 정의가 이미지화되어 내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었다. 또 심리적 문제가 생겼을 때,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무기력했던 지난 몇 달간을 돌아볼 수 있었고, 원인을 파악하여 우울함의 잔여물이 남았던 현재 나의 심리도 다독여 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천개의 공감은 크게 네 가지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자기 알기/가족 관계/성과 사랑/관계 맺기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네 꼭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가지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

그 것이 결국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의 멋진 면은 꼭 내가 아니어도 남들이 사랑해준다. 어려운 것은 내 부족한 부분까지 감싸주고 존중해주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선 나의 미운면도 내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 동안 내가 성취해 낸, 강한 부분은 자랑스러워하고 드러내려 애쓴 것에 비해 나의 취약하고 부족한 면은 감추고 때로는 부정하기도 했다. 그랬기에 타인의 사소한 단점에도 실망했던 것 같다. 내 장단점을 모두 감쌀 때, 타인의 장단점을 모두 감쌀 수 있고 그래야만 스스로든 타인이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진리다.

 다른 사람의 고민과 그에 대한 저자의 조언을 쭉 보며 삶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은 넓어진 듯하다. 심리학, 정신분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타인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내 마음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천개의 공감이라는 책을 이 수업 덕분에 접한 이후로 난 내 자신의 마음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는 법을 알게 되었다. 타인의 고민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나의 고민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게끔 도와 준 <천개의 공감>이 고맙다. 한권의 책을 통해 크게 시각이 바뀌는 경험을 정말 오랜만에 -20대가 되어서는 처음인 듯- 느낀 것 같다. 아마도 내 책장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차지할 책이 한권 더 늘어날 것 같은 예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