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노 계의 쇼팽이라 불리는 빌 에반스. 그의 작품들을 들여다 보면 특유의 조용한 정서가 들어 온다. 시끄럽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조용한 그의 음악세계가 나와 딱 맞다. 간결하면서도 맑고 초연한 이미지. 그의 모든 작품에 묻어 나는 동일한 정서다. 빠른 템포까지도 시니컬하고 조장하고 있는 그의 능력은 정말이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선 이 앨범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이 앨범을 찬양하는 소리가 요란했지만 정작 구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다. 역시나 재즈의 왕국, 일본에서 구할 수가 있었다. 역시 일본이었다. 그네들은 일찍이 재즈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아마도 지금의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재즈를 사랑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그냥 부럽기만 하다. 어쨌든 이 앨범에서는 다양한 빌 에반스의 시니컬한 정서를 엿볼 수 있는데, 첫곡부터 마지막곡까지 시종일관 정확한 그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다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 만의 독창적인 정서가 확실하게 묻어나고 있는 앨범인 것이다. 리마스터링을 거친 앨범답게 당시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생생한 원음의 성질이 느껴진다. 굉장히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우수한 앨범이라 생각한다. 빌에반스를 좋아하는 매니아들, 또한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한 이 앨범을 소장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만큼 절대 명반이라 확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