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엔도의 작품이다. 엔도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의 종교관, 세계관이 묻어 나는 작품이다. 그이 또 다른 작품, 깊은강이나 침묵에서 봐 왔던 종교적 시선이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늘 서늘한 문체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내고 있다. 그의 수많은 독자들은 항상 그의 그런 서늘하면서도 힘 있는 어조를 좋아한다. 종교적인 색채가 깊이 묻어 나는 글이지만 고리타분하거나 따분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그 이유는 전형적인 주인공들은 그의 작품 속에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엔도슈사쿠는 대부분 일반 사람과 비슷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묘사한다. 괴롭고 나약하고 수줍고 힘 없는 다양한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서 그는 세상을 바라보고 독자와 소통해 온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주인공으로 인해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더욱 더 부담 없이 읽어 온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 작품에서도 엔도슈사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순교자라는 것이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자들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작품들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뭔가 장엄하고 스펙터클한 모습보다는 현실 속에서 초연한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훨씬 더 깊은 감정을 골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알려 주고 싶다. 그리고 엔도슈사쿠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