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주변, 내환경, 내가 속한 사회, 대한민국, 아시아를 바라보니 온갖 서구의 문화로 점철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가장 먼저 내가 먹고 있는 음식, 옷, 다양한 생활 도구들,,, 대부분의 기원은 서양이었다. 아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외계인을 보았는데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아 답답함으로 한숨 짓는 영화 속 주인공의 심정이었다. 그때 내 나이 20살이었다. 서양의 문화는 동양에 있어서 근대화의 결과이자, 동경의 대상, 따라잡아야만 하는 열등감의 표시, 문명의 상징 등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우리는 아쉽게도 서양의 문물을 직접적으로는 받아드리지 못했다. 일본을 통해서 서양을 알았고 배웠다. 누군가는 가까운 일본으로 인해 멀리 서구 열강에 직접가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그나마 뭔가를 알고 있는 이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일본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조차 모른다. 하기야 우리 문화의 대부분은 서구에서 나왔다는 것도 부정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의 일반인들이고, 백제가 선진문물과 불교를 일본에 전해 주었다는 천년전의 이야기만을 고집하는 이들도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다. 우리에게 있어 서구는 우리는 이루는 근간이고, 일본은 그런 서구를 알게 한 절대적인 창구였다.

 

이 책의 저자는 서양인이다. 아마도 동양인이었다면 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것을 밖의 사람이 볼 때에 더욱 더 객관성이 묻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구의 기준으로 세상이 돌아갔다면 그 다음 세기는 아시아 문화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항로 개척으로 인해 진정한 세계사의 시작되기 이전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의 문화를 확실히 유럽보다 앞서 있었음에 틀림 없었다. 언젠가 다시 아시아의 가치가 서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아무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