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자를 좋아하게 된 시기는 군에 있을 때였다. 그 때야 사회와 유리되어 있는 만큼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굉장히 많았는데, 돌이켜 보면 누군가 내게 남들보다 잘 하는게 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는 것에 대해 심각한 자괴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자를 잘 익혀서 남들에게 당당히 말하리라 하고 한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었다. 모일간지에 나오는 일일한자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고 그것으로부터 한자 자체에 대한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신문에 나오는 모르는 한자를 일일이 한자사전(절대 옥편이 아니다. 옥편은 버려라.) 을 통해 익혔고, 이해했다. (암기한 것보다 이해가 훨씬 중요하다.) 그러면서 일상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한자어들을 섭렵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한자시험을 보게 된 것이다.

 

한자는 모든 글자에 그 생성원리와 의미가 담겨 있는 심오한 문자이다. 우리 한글은 음을 표현하는 문자이지만 한자는 그 글자 하나로 뜻을 이루는 문자인 것이다. 그러니 한자 하나 하나에 담긴 여러 의미는 그 글자가 만들어질 당시의 사회관과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굉장히 재미가 있다. 고대일수록 신에 대한 인간의 생각이 상당히 예민하고 깊다. 지금이야 천둥, 번개 따위는 그저 자연현상으로 보고 말지만 수천년 전의 고대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겠는가. 공포와 두려움을 넘어 어떤 그것을 일으키는 어떤 초월자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설문해자를 보면 한자를 분석하고 해체있는데 역시나 당대의 사람들 생각과 가치관을 지극히 알 수 있다. 역시나 신에 대한 복종, 제사 등등 초월자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한자라는 문자 속에 보기 좋게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다.

 

한자 자체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