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 만큼은 분명히 영어는 계급의식의 원천이요, 보이지 않는 신분의 벽을 만드는 확실한 요소다. 영어는 이제 하나의 강력한 무기요, 역설적으로는 타고난 배경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영어는 단순히 외국어로서 존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능력이 있다는 말과 동등하다. 즉 영어를 잘하면 남들보다 사회적인 성공의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진다. 막말로 월급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다른 유망한 직장에 취업을 하려고 하면 당연히 남들보다 뛰어난 영어 실력이 갖추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 또는 전혀 영어와 상관 없는 곳에서도 영어 점수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는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너도 나도 영어에 대한 인식이 마치 취업이라는 문을 두드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는 것이고 또한 많은 사회적 비용이 영어 하나에 쏟아 부어 진다는 것이다. 절대로 바람직 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대한 심한 편견이 생기게 된다. 마치 영어를 잘하는 이들이 월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러면서 영미권의 백인들에게 맹목적인 열등감을 갖게 되고 반대로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사회에서 마치 한단계 나은 인종이나 사람으로서 당연히 받아드려지는 것이다.

 

이 책은 영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정말 속이 시원하기만 하다. 평소에 내가 지니고 있었던, 하지만 이런 말을 사람들에게 하면 욕만 먹게 된 그런 소리들을 내 대신 속시원히 사람들에게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영어가 전부가 아니라고 하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모든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고, 영미권의 백인들에게 열등감을 갖거나 그네들을 우월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 앞에서는 그렇다고 해놓고 속으로는 자신들도 모르게 맹목적으로 영어를 동경하고 있는 비참한 이중성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