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는 조선왕실의 마지막 옹주다. 어느 왕조도 마찬가지겠지만 왕조의 끝머리에 오는 왕이나 왕실은 비극적이기 마련이다. 이는 역사 속에서 늘 증명되어 왔다. 더군다나 조선왕조의 마지막 모습은 일제에 의해 비참하게 막을 내리는 형국이었으니 그 참담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덕혜옹주는 아시다시피 고종황제의 정식 황후로부터 잉태된 딸이 아니었기에, 즉 후궁으로 부터 얻은 자식이었기에 공주가 아닌 옹주로 불리워지는 인물이다. 고종황제의 가장 막내 자식이 되는 셈인데 나라를 잃은 불운을 이 딸의 귀여움과 재롱을 통해 버티어 내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많은 사람들의 총애를 받으면서 자라온 옹주인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일제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일본에 끌려가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았다. 일본인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했으며 해방 후 귀국하기까지 그 파란만장한 실질적 삶이 작가 특유의 감성적이고도 아련한 문체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 되어 있다. 사실 고종과 엄상궁으로부터 태어난 이은, 즉 영친왕 역시 덕혜옹주와 마찬가지로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 군인으로서 삶을 살아야 하는 불행한 역사가 있다. 덕혜옹주 역시 배 다란 오빠, 영친왕과 마찬가지인 일본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다. 어린 옹주에게 이러한 낯선 곳에서의 삶은 정말 외롭고 고통스러웠으리라. 아무튼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당대의 비참한 우리의 현실을 뼈저리게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