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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문으로 원조비사(元朝秘史)로 알려진 책으로, 대몽골제국(Yeke Mongghol Ulus)을 일으킨 칭키스칸(테무진)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전설적인 조상의 계보와 그의 사망 이후 오고데이칸의 즉위까지의 역사를 기술한 책이다.

몽골민족은 한 곳에 정주하지 않는 유목민족인데다가 서로 다른 많은 (유목)민족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고유의 문자가 없었으며, 몽골제국(이하 원나라를 포함, 1206년~1368년)이 중국의 역사상 160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만 왕조가 존속해 있었고 또 원나라가 망한 후 고려사 – 고려사 권41 공민왕, 1369년 8월조 외 - 에서 소위 북원(北元)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나라가 명맥이 이어지긴 했지만 그 후 부족간의 분열에 의해 통일된 왕조를 이루지 못해 정사라고 부를만한 역사기록을 남기질 못했다. 또 명나라 초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원사(元史)라는 정사(正史)가 있으나 몽골민족과 몽골제국에 대한 실체를 알 수 있는 당대의 기록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적은 편이다. 물론 몽골제국의 황제들에 대한 실록도 모두 현재 전해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록 한문으로 전사된 것이지만 몽골비사라는 책이 후세에 전달되게 된 점은 몽골민족과 몽고제국 또 칭키스칸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중요하고 기초적인 자료임에는 분명하다. 이런 역사적인 의의에서 일지는 모르지만 1989년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세계명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의 성격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아마도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삼국유사에 나온 설화 부분을 앞부분에 포함한 몽골민족에 있어서 조선왕조의 용비어천가와 태조(이성계) 실록 같은 성격의 책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이 책은 쓰여진 연대 – 여러 설이 있으나 1240년 설이 유력- 와 저자 – 이책의 내용의 일부 표현에 의하면 작자가 칭키스칸의 후손으로 추정할 수 있음 - 는 현재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원본은 위그루문자로 표현된 몽골어로 추측되고 있으나 – 파그파(Phags Pa)문자로 기록되었다는 설 등도 있음 - , 불행스럽게 현재 원본은 전해지지 있지 않으며, 원말(元末) 또는 명초(明初)에 몽골어 발음을 한자로 전사된 본문에 방역(傍譯, Interlinear Chinese glosses)이라 불리는 몽골단어에 대한 뜻을 나타내는 한자와 총역(總譯, abridged Chinese translation)이라 불리는 한문 해석인 3부분(영어론 Integral Chinese transcription)으로 구성된 것이다.

현재 전해지는 한자본 몽골비사는 전본(傳本)에 따라 12권 본과 15권 본이 있으나 책의 편철(編綴)에만 차이가 있을 뿐 내용은 동일한 것으로 총 283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원명은 “mongγol-un niγuca tobciγan(忙豁侖紐察脫[卜]察安)으로 번역하면 “몽고의 비밀 사강(요강)” – 최학근; “몽고사자료와 몽고원류에 대해서” – 한문으론 蒙古的秘密书册(몽고의 비밀스런 책)이라는 의미이며, 12권 본을 기준으로 처음의 10권은 몽골고원의 유목민족인 칭키스칸의 선조 설화에서부터 1206년 칭키스칸의 즉위까지의 내용과 속집 2권, 즉 11~12권은 1227년 칭키스칸의 사망과 1229년 오고데이칸(窩阔台汗)의 즉위까지의 기록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몽골제국(원나라 포함)은 실록과 더불어 라시드 앗 딘(Rashid al-Din)의 집사(集史, Jami al-Tawarikh, 영문명은 Compendium of Chronicles)에 금책(金冊, Altan Debter, Golden Book)이라고 표시된 토비치안(脱卜赤颜 또는 脱卜察安, 뜻: 秘史)이름의 책을 비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원태조(칭키스칸) 이후의 내용을 기록하여 보관했다 한다. – 원사 우집전《元史·虞集傳》, 원사 찰한전《元史·察罕傳》 및 원사 문종기 5《元史·文宗纪五》 - . 아마도 이 금책이 원태조 실록을 포함하여 몽골비사 등의 후세에 전해지는 책을 쓰는데 가장 기본 사료가 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몽골비사와 1662년 또는 1685년 사강세첸(萨囊彻辰, Saγang secen)이 쓴 몽고원류(蒙古源流, 영문약칭은 Erdeni-yin Tobci), 몽골비사와 234절의 내용이 동일한 롭상 단진(羅卜藏丹津, Luobusang Danjin)이 1634년 경 쓴 몽고황금사(蒙古黄金史 또는 羅氏黄金史, 大黄金史, 영문명은 Altan Tobci)라는 세가지 책이 몽골민족의 3대 역사서로 알려져 있다.

몽골비사는 러시아의 카파로프(Petr Ivanovic Kafarov 또는 Archimandrite Palladii)에 의해 1866년 “칭키스칸에 대한 오래된 몽골이야기(Old Mongolian Story about Cingis-khan)”란 이름으로 축약판이 1866년에 출판됨으로 인해 서방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 몽골비사의 전거와 전파에 대해서는 고(故) Francis Woodman Cleaves; The Secret History of the Mongols (1982)의 서문 참조 – 이 후 돈황학과 더불어 (몽골)비사학이란 학문까지 생기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3대 몽골 역사서에 대한 한글 번역은 본적이 없지만 80년대 최학근선생이 몽고원류를 번역한 바 있고, 유원수선생이 1994년에 출판했고, 박원길선생과 최기호선생에 의한 몽골비사도 어쩌면 이 정도라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정도라고 생각된다. 또 김방한선생에 의해 황금사(Altan Tobci)의 일부가 번역되기도 했다.

일반 사람들이 이 어려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순 한글로 번역해 주신 유원수선생께 먼저 감사를 드린다. 출판사를 포함하여. 비록 94년에 한 번 출간된 적이 있지만 현재로는 구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수정 보완을 통해 다시 출간해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또 이와 같은 어쩌면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의 책 2쇄를 찍었다니 어쩌면 놀라운 사실일 수도 있다. (3쇄도 찍길 바라며) 그만큼 몽골민족의 역사와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책을 읽고 난 느낌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입장에서 이 책의 개정판(2판)이 나온다면 아래와 같은 부분이 개선 또는 보완이 되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을 섞어서 순서 없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이 책의 한글 번역을 읽으면서 한글실력이 많이 부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직역이라서 그런지 한글 번역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아마도 중세몽골어에 충실해서 그렇고 원문의 뜻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기 때문에 그러리라 생각되지만.

2. 몽골비사를 정확하게 번역하기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예를 들어 몽골어 원문이 없고 전사된 중국어본만 있고, 중세 몽골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 책이 몽골어, 투르크어, 위그루어, 중국어, 만주어 등의 다양한 언어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는 점 등도 있겠지만, 글(문자)이 없던 시대에 전설이나 역사적인 내용을 말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억(암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노래와 같은 형태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운(韻) 즉 가락이 있다는 점이다. 운이 있는 구절을 뜻 만으로만 번역한다면 그 원래의 맛을 잃어 버릴 것이다. 내용도 살리며 원문의 운도 살리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 오자와(小澤重男)선생의 이와나미(岩波) 문고판 (일어)번역에선 이런 점을 살리려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3. 중세몽골어를 번역하면서 의미가 불명한 부분이나 다양한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역자께서 전문가의 입장에서 잘 알아서 번역해 주셨겠지만, 이런 부분이 있다면 약간은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어떤 단어를 번역할 때 발음으로만 번역할 지 뜻으로 직역할지 의역을 할지 등. 어떤 부분이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향후에 연구가 필요한지를. 예를 들어 인명의 경우에 칭키스칸의 아버지인 몽골어로 “예수게이 바투르”에서 바투르가 용사라는 뜻이라면 이를 “예수게이 바투르”로 번역할지 “예수게이 용사”로 번역할지.

4. 이 몽골비사를 번역하면서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다른 자료들과의 비교, 대비, 참조, 검증 등을 하는 것이 더욱 더 보완해야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의 역자는 주로 Altan Tobchi(소위 라씨황금사)라는 책을 참고로 한 것으로 서문에 언급하고 있지만, 몽골비사의 이해를 위해 필수적 사료(책)들이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많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다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보완되어야 될 것이라 생각된다. 예를 들면 반드시 언급??달비록, 설부, 몽고황금사, 몽고원류, 주바이니의 세계정복자사, 라시드 앗 딘의 집사, 도손의 몽고사,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카르피니(John of Plano Carpini)와 루브릭(William of Rubruck)의 몽고여행기 등이 있을 수 있다.

5. 몽골비사라는 책의 중요성에 비해서 도입부인 서문이 지면수나 내용이 부족한 것 같다. 일반인을 위해서라면 적어도 100페이지 정도의 해제가 필요할 것이다. 이 정도 분량의 서문 또는 해제를 포함하는 번역본이 많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William Hung의 논문을 바탕으로 한 Cleaves의 책(1982년) 또는 박원길선생의 몽골비사의 종합적 연구. 즉 몽골비사를 둘러싸고 있는 본질적이고 관심이 있을 수 있는 이 책의 원본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성서(成書) 년대, 저자, 중국/일본/한국 및 서구에서의 초기 연구 동향 및 발전사 등등.

6. 또 가능하다면 원나라가 망한 후의 몽골민족의 역사, 즉 명나라 및 청나라 때의 몽골민족의 역사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간결하게 설명해주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북원, 그 후의 몽골의 동서분할, 타타르, 오이라트, 1449년에 일어난 토목의 변(土木之變 또는 土木堡之變), 1550년의 경술의 변(庚戌之變), 왜 명나라가 북경근처의 만리장성을 쌓고 유지보수 하는데 그 많은 노력을 했는지 등 등과 몽골지방이 현재의 몽골공화국과 내몽고자치구로 분리되기까지. (과도한 욕망일까요)

7.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주석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지면상의 제약과 일반적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각주 등의 주석이 너무 적은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원문보단 5배이상의 분량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상당한 분량의 주석이 붙은 책들도 많이 있다.

8. 영문 전사를 포함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았지만 한문 원조비사 원문까지 포함시켰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반 독자의 경우라면 영문 전사된 몽골어 보단 한문 원본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몽골비사의 각 절 별로 영문 전사, 한자 전사, 한문 총역, 한글역 (직역과 의역), 주 또는 추가 설명 등으로 배치되면 일목요연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9. 이 책엔 많은 인명과 지명, 부족명 등이 나온다. 색인이 좀 더 세분화되면 좋았을 것 같다. 또 책의 맨 뒤에 간단한 지도가 나오기는 하지만, 좀 더 상세한 지도가 몇 장은 있어야 어느 부족이 어떤 지역에 살고 있었으며, 어느 강, 어느 산 등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었다면 좀 더 이해가 쉬웠을 것 같다. Kh. Perlee의 논문까진 아니라도.

10. 이 책이 몽골비사 및 몽골민족에 대한 연구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참고문헌 수준이 아닌 몽골비사 연구에 대한 정리가 추가되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송기호교수가 번역한 발해사 책에 부가된 내용과 같이.

끝으로 이 책의 원본 – 어느 언어로 쓰여졌건 – 이 조만간 발견되어 몽골민족과 몽골민족의 역사,몽골비사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그 내용을 보다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또 몽골역사에 관한 책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보다 많은 관련된 책들이 번역되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현실성을 무시한 무리한 요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몽골의 역사에 관한 좀 더 상세한 자료로 어떤 것들이 현재까지 전해지는지에 대해서는 김성수, “중국 사학계의 청지배기 몽골사 연구와 몽골 인식”, 중국 역사가들의 몽골사 인식,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총서 17, 2006년, 에서 더 찾아 볼 수 있다. (2009.2.10현재 인터넷에서 원문 검색가능). 감사합니다. <끝>

몽골비사, 원조비사, 칭기즈칸, 몽골민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