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먼저 책의 제목을 보고 저자가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약간은 도발적이면서도 선정적인 제목을. 설마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올리기 위해 또는 많이 팔기 위해 그러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성과학 책인 것도 같고 성교육 교재인 것도 같고 좀 외설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외줄타기와 같이 아찔하고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에선 아무래도 관련 자료의 접근성에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되지만 서구에서의 사례와 연구를 중심으로 내용을 채운 점이 아쉽기만 하다. 성과학으로 치자면 동양도 서양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은 될 것 같은데 특히 과거에는.

먼저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면 그리스 로마신화를 중심으로 한 내용이 나오고, 이어서 성경속에서의 내용이 나온다. 성경 속에서 보면 여자를 남자의 재산의 일부로 보는 시각에서의 해설이 재미있고 그 당시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묘사로 생각된다. 물론 동양에서도 그 때에는 비슷한 개념이 있었을 것 같지만.

이어서 동물들에게 있어서의 짝짓기에 대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제프리 밀러(Geoffrey Miller)등이 주장한 짝짓기 지능(MI, Mating Intelligence) – 책 뒷 표지에서는 MQ(Mating Quotient)라 표시 - 에 대한 설명과 함께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등이 조사한 “왜 사람은 섹스를 하는가”(Why Humans Have Sex)라는 제목으로 그 숫자가 놀랍게도 237가지나 되는 이유에 대한 기술이 나온다.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이 논문은 인터넷에서 데이비드 버스의 홈페이지에서 쉽게 검색이 가능하니 원본을 구해 한 번 읽어 보길 바란다.

알기 쉽게 다양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책 값이 비싸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설명과 관련된 그림(회화)를 많이 삽입하여 그림의 내용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눈에 띤다. 특히 서양의 조각이나 회화 등 미술작품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리스 로마신화와 성경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불가결이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조금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된다.

첫째로는 많은 내용 속에서 저자의 독창적인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를 알기 어렵다. 뒤에 참고문헌에 적시된 몇 권의 책의 내용을 짜집기 형태로 만든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참고문헌을 한 권도 전혀 읽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씀 드려 이인식선생님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지음(著)보다는 편(編)이라는 것이 합당할 것 같기도 하다.

둘째로는 짝짓기에 대해 다루려면 인간(사람)에 대한 것도 중요하지만 동물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인간의 짝짓기에 대한 설명 이상으로 동물, 필요 시 식물의 짝짓기 –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 에 대한 소개도 충분히 되었으면 더욱더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셋째로는 322페이지의 참고문헌 중 상당한 책이 이미 한글로 번역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면이 있고, 로빈 베이커의 “인간정자경쟁”(Human Sperm Competition)이란 책의 수정판이라 볼 수 있는 “정자전쟁”(Sperm wars) – 2007년 이학사에서 번역 출간함 –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또 이 분야의 중요한 연구들, 예를 들어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The Evolution Of Desire) - 2007년 사이언스북스에서 번역됨 - 라는 유명한 책도 언급하지 않은 점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결론적으로는 좀 더 치밀한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참고문헌 중 한글로 번역된 것을 따로 적으면 다음과 같다.

- 로빈 베이커; 정자전쟁, 2007, 이학사

- 제프리 밀러; 메이팅 마인드, 2004, 소소

- 헬렌 피셔;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 2005, 생각의 나무

그리고 추가하고 싶은 참고문헌으로는

- 데이비드 버스, 전중환역; 욕망의 진화: 사랑, 연애, 섹스, 결혼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담긴 진실, 2007, 사이언스북스

끝으로 흥미 있을 수 있는 내용과 어려운 과학에 대해 일반인에게 소개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계신 저자에게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