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대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저자가 이 책을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그 동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뒷글에서의 언급에 의하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소위 라시드 앗 딘(Rashid ad-Din, 1247-1318)이 지은 “집사”(集史, 자미 웃 타와리크, Jami’ al-Tavarikh, 영어로는 “The Compendium of History”, 중국에선 “사집”(史集)이란 이름으로 불림)라는 책을 저자가 10년 이상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몽골역사에서 각각 하나의 논문으로 써야 될 만큼 중요하며 향후 좀 더 치밀한 연구가 필요한 사항들을 저자가 사료를 읽으면서 설정해둔 전체적인 윤곽/결론, 어쩌면 가설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 물론 후학의 연구를 기다리며 –
즉 이 책은 저자가 “집사”라는 책을 연구하면서 생긴 몽골역사에 관한 의문점 또는 잘못 알려진 점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향후에 연구가 필요한 사항들을 다룬 의미 있는 책이다.
저자는 몽골제국이 아직도 신비에 가려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또 대부분의 역사적 사실은 20여개 국어에 이르는 원전 문헌의 큰 바다 속에서 지금까지도 그 의미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채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좋다고 보면서, 몽골의 ‘시대사명’이라 해도 좋을 무엇인가를 짊어지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알 길이 없지만, 결과적으로 몽골은 인류역사에서 새로운 지평과 전개를 가져왔고, 그 것은 크고 작은 의미에서 현대에 이르는 세계와 그 추이에 부정하기 힘들 만큼 큰 영향을 남기고 있으며, 그러한 ‘시대’라는 이름의 그 무엇에 관하여 조촐한 밑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 명시하고 있다. (번역서 24페이지)
몽골제국의 역사에 관해 다른 유사한 책들과는 다르게 스기야마교수의 이 책의 우수한 점을 들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개인적인 것인지 모르지만, 몽골역사에 관해 몇 권의 책을 읽어보았지만 처음 알게 되었거나 또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그 배경까지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 많았다는 점이다. 즉 과거의 책들과 달리 약간은 다른 관점에서 몽골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고, 몽골역사에 영향을 끼친 또는 끼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다양한 사실들을 많이 싣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몽골의 역사를 동서양의 관점에서 균형있게 조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과거의 중국쪽의 문헌에 의존해서 한쪽의 시각에서 만으로 보다는 아랍의 사서들을 참조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는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에서도 나와있지만 약간은 중국쪽 사서보단 아랍쪽 사서에 치우친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셋째로는 역사적 사건들에 필요한 지도를 적재적소에 실었다는 점이다. 통상 몽골의 역사에 관한 책들에서 다루는 영역이 아시아 대륙 전체와 중동, 중동, 유럽에 걸친 매우 넓은 영역이고 우리가 평소에 잘 모르는 지명, 강/하천, 나라 이름 등이 매우 많이 나와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매우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런 점을 고려하여 많은 양의 지도를 삽입하였다. 또 몽골이나 원나라의 시대별 강역도를 포함해서. 물론 지도를 번역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겠지만.
넷째로는 칭키스칸의 후대의 계보를 2곳에서 게시해서 책 속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황제 또는 왕족 등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원사”(元史)나 “몽골비사”(蒙古秘史) 또는 “집사”에 너무나 많은 인명과 지명 – 지명, 강, 산 등 포함 – 이 나와 초보자를 괴롭히고 있다.
다섯번째로 유목민족의 통일에 의한 세계 역사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의미심장한 테제 - 동양에 의한 서양의 지배와 몽골제국의 붕괴와 함께 서양의 동양에 대한 우위- 에 대한 도전적인 해석. 한 번은 차근차근 생각해 볼 문제이다. 역사상의 가정은 필요없을지 몰라도.
아쉬운 점의 하나지만 아랍어로 쓰여진 몽골역사와 관련된 3대 역사서 중 집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주베이니의 “세계정복자사”나 왓사프(Wassaf)사에서 언급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은 이 책이 나오게 된 동기에서 볼 때 이해가 되나 아쉬운 점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끝으로 일본어 문고본의 한계로 인해 원저에 참고문헌들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역자분들이 후학을 위해 많은 양의 참고문헌을 부록으로 첨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분들을 위한 배려도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된다.
사족으로 설명하자면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많겠지만 라시드 앗 딘의 “집사”는 13세기에 아랍에서 기술된 몽골제국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서이다.
페르시아어로 적힌 이 책의 중요한 사본들이 터키 이스탄불 소재의 토카프(Topkapi)궁전의 도서관 – 오스만 터키제국의 왕립 도서관 - 에서 발견되었고, 보다 완벽한 사본으로 인해?.
이 “집사”라는 책은 동양에선 중국에서 러시아 번역본을 중역한 책이 3권 4책으로 출간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선 김호동교수님에 의해 총 3권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일본에서 개인적인 수준에서 웹 등에 일부 번역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곤 아직 정식 책으로 번역rdquo;라는 책이 번역되지 못한 점은 약간은 의아스럽지만,
이 책에 의하면 스기야마교수도 이 “집사”의 번역을 위해 10년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니, 한글역을 번역한 김호동교수의 집념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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