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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중국 국가문물국교육처(國家文物局敎育處) - 마세장(馬世長), 정명이(丁明夷), 이유군(李裕群); 『불교석굴고고개요(佛敎石窟考古槪要)』, 1993, 文物, ISBN: 750100658X

이 책은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교수로 계시는 양은경(梁銀景)선생님이 중국 국가문물국교육처에서 편찬하여 1993년 간행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원저의 출간연도가 90년대 초인관계로 70~80년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저술되어진 책이라 볼 수 있다. 원저자의 머리말에도 나와있지만 이 책은 중국 국가문물국에서 단기간에 석굴의 조사 등을 전공하는 학습반을 결성하여 전문인력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기 위한 교과서로 계획하여 출판된 것으로, 마세장(馬世長)이 중국 서북지역의 석굴을, 정명이(丁明夷)가 중원지역과 선서성북부, 사천지역 석굴을, 이유군(李裕群)이 숙백(宿白)교수의 논저 – 이 책이 출간된 후인 1996년 중국석굴사연구(中國石窟寺硏究)라는 제목으로 문물출판사에서 출판됨 –의 논저를 기초로 하여 다시 서술하였다.

그런데 역자가 번역을 하면서 원저에 있는 중국 이외의 인도, 중앙아시아 불교 및 석굴에 대한 설명과 석굴 등에 대한 고고측량방법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여 중국 석불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부분을 간략화했고 – 이렇다면 번역이 아닌 편역이라 함이 옳을 듯도 하지만 -, 한국 독자의 편의를 위해 원서에 전혀 없었던 사진을 114매 삽입했고, 그림들도 보다 최근에 발표된 정확하고 선명한 도면들로 대체한 점은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또 저자가 많은 석굴에 대해 평면도와 단면도 등의 그림을 150개 삽입한 점은 석굴을 공간적으로 이해하는데 아주 도움이 되는 정보라 생각된다.

중국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풍부한 종교적인 석굴, 특히 불교와 관련된 석굴이 많이 존재하는 나라이다. 이 중 소위 3대 석굴로는 돈황 막고굴, 대동 운강석불, 낙양 용문석굴이 있고, 여기에 천수 맥적산석굴을 합해서 4대 석굴이라 부른다. 또 이 4대 석굴에다가 중경 대족석각, 영하 수미산석굴, 신강 박자극리극(일명 베젤클릭, Bezeklik)석굴, 신강 극자이(일명 키질, Kizil 또는 Qizil)석굴을 더하여 중국 8대 명굴이라 칭한다.

또 저자는 중국 석굴을 석굴구조와 조각양식에 근거해서 신장지역, 중원 북방지역, 남장지역과 티벳(서장)지역 등 4개의 큰 지역으로 나뉘는 한편, 석굴의 평면구조와 사용기능을 중심으로 탑묘굴, 불전굴, 승발굴, 대상굴, 불단굴, 소형선굴과 대형선굴의 7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17페이지)

먼저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은 아닌듯하다. 먼저 깊이가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로 깊은 내용까지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원저를 세 분이 나눠서 집필한 관계로 그럴 것을 생각되나 책의 앞 및 뒤 부분에서 용어가 서로 일관성이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띠며, 중국 석굴에 대한 전체적인 균형 잡힌 서술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대족석각 등 일부 유명한 석굴에 대해서는 너무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다. (중국 8대 명굴 중에서 극자이(키질)석굴에 대해 53페이지, 막고굴에 대해 59페이지, 운강석굴에 대해선 57페이지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만, 이와 대비적으로 대족석굴에 대해서는 1페이지로 극단적으로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고 또 베젤클릭석굴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없다.)

또 중국의 석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정치, 사회, 문화와 불교의 동점을 포함한 불교 교리 또 석굴이 갖는 의미, 그 속의 그림, 조각 등 매우 넓은 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점도 한 권의 책으로 쓰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번역에 있어서도 역자가 나름대로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상당한 인명과 지명 등을 중국발음으로 표시해서, 중국어를 이해하거나 전문가가 아니라면 금방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도 있다.

또 높은 수준의 책의 내용에 비하여 번역상의 시간부족에서 오는 일관성 부족과 편집상의 치밀함 부족 등으로 인하여 이 한글 번역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옥에 티가 나타나고 있다.

1. 먼저 이 책이 중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학습용 교과서로 집필된 관계로 책의 지명, 인명, 서책 등의 내용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에겐 낯익은 내용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보완설명해주는 역주 등의 보완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2. 책 뒷부분에 사진 목록과 도면목록을 따로 표시한 것은 좋았으나, 찾아보기(색인)이 더 풍부하게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통기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에는 19세기말과 20세기 초의 실크로드 관련 외국인(일본사람 포함)도 많이 등장하고, 또 석굴의 개착(開鑿)과 관련해서 많은 중국의 역대황제와 귀족, 불교 승려 들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역주나 추가 해설이 전혀 없는 점은 답답할 정도이다. 또 인용된 사진이 모두 흑백사진인데 번역본의 가격을 고려하면 사진을 일부는 컬러로 했으면 일반인이 이해하는데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3. 책의 앞에 숙백교수의 중국석굴 분포도를 그림으로 붙였지만 번역을 하지 않은 채로, 이를 다시 정리해서 표 형태로 만들었으면 붙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4.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한문을 인용하는 부분에는 아예 한글 번역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5. 편집 및 교정에 치밀하지 못한 점이 있다. 오타 – 예: 106페이지의 “2예”, 187페이지의 “티평광기”, 306페이지의 그림을 가리키는 “도116”이 두 개-, 결자(缺字) – 예: 225페이지의 염달(Hephthalite) 등도 종종 보인다.

6. 역자가 불교미술분야를 전공한 분이므로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중국 불교(사)와 석굴에 대한 개론에 대한 요약을 하는 내용의 글이 있었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자도 지적하고 있지만 “석굴을 연구할 때 중국 불교사를 먼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76페이지)

하여간 이 책을 비롯하여 유진보(劉進寶)의 “돈황학이란 무엇인가” – 2003년 아카넷 –과 신립상(信立祥)의 “한대화상석의 세계” – 2005년 학연문화사 -와 같은 깊이 있는 전문서적이 한글로 번역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같이 인문서적이 잘 팔리지 않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돈 생각 않고 출판해 주신 출판사와 역자에게 감사드린다.

중국석굴, 막고굴, 돈황, 운강석불, 용문석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