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톰 샌트(Tom Sant)가 쓴 “설득의 기획서”(원제: Persuasive Business Proposal)을 읽는 과정에서 이다. 톰 샌트는 제안서가 갖는 가치를 설명하면서 제안 검토자가 어떻게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제안서를 검토하는지라는 단원에서 이 책에 나오는 7종류의 휴리스틱스(Heuristics)를 간략히 설명하였다.
그 후 제이미 소콜로우(Jayme A. Sokolow)가 쓴 ‘제안 검토자가 어떻게 당신의 제안서를 평가하나?”(How do reviewers really evaluate your proposal ? what the cognitive science of heuristics tells us about making decisions), APMP Spring/Summer 2004, pp.34~50, 를 읽게 되면서 인지과학과 휴리스틱스가 제안서 검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또 심리학에서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는 것이 있다. 즉 어떤 사람에 대해 상반되는 정보가 시간 간격을 두고 주어지면, 앞의 정보가 뒤의 정보보다 인상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이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일관성 있게 지각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제안서의 검토에서도 유사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의 시간의 지난 뒤 인터넷에서 이 책의 제목으로 검색을 하여 이 책의 요약본(Precis of Simple heuristics that make us smart),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2000) 23, 727-780을 읽을 수 있었고, 조금은 오래된 책이지만 국내 온라인서점에서 구매하여 상당한 시간을 들여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좀 비싸지만 결코 아깝지 않은 책이다. 다만 끝까지 읽은 것이 조금 어렵지만...
여기서 휴리스틱스란 “무언가를 찾거나 발견하려고 노력한다”(Serving to find out or discover)는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한글로는 추단법이라 번역되기도 한다. (이영애교수의 번역에서)
이 책에서 주장하는 논지는 사람들이 어떤 사항에 대해 판단을 할 때, 특히 제한된 시간과 지식(limited time and knowledge)하에서는 “빠르면서도 경제적인 휴리스틱스”(Fast and Frugal heuristics)를 사용한다는 것과 이 것의 정확도가 다른 판단방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란 책에서 이미 우리의 유전자를 위한 생존기계로서의 인간은 가용한 모든 사항을 검토하여 판단과 결정을 할 여유가 없다고 이미 언급하였고, 빠르고 경제적인 휴리스틱스를 사용함으로 인해 인간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 을 지낸 후 진화의 최고봉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연구의 시초는 1978년 노벨경제학상(Nobel Memorial Prize in Economics)수상자인 허버트 싸이몬(Herbert Simon, 1916~2001) – 비 경제학 전공자중 최초로 경제학상을 수상한 분- 이 개념을 만들어 내고 발전시킨 “한정적 합리성 모델”(Models of Bounded Rationality)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싸이몬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한적으로만 합리적이고(only partial rational), 그들의 행위의 나머지 부분은 사실 감정적 또는 비합리적(emotional/irrational)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와 동시에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은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1937~1996)등과 함께 휴리스틱스와 편향(Bias)를 사용하는 경우의 판단에 대해 연구를 했고,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을 알고 있을 때 위험(Risk)를 동반하는 선택 사이에서의 의사결정에 관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를 제안했으며, 그 공로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노벨상 수상연설 “한정적 합리성의 지도”(Maps of Bounded Rationality)는 노벨상 홈페이지에서 들을 수 있다. (웹주소: http://nobelprize.org/nobel_prizes/economics/laureates/2002/kahneman-lecture.html) 카네만은 동료들과 함께 1982년까지의 연구를 모두 모아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한글역 제목: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이영애역, 대우학술총서 518)란 제목으로 휴리스틱스와 그 효과를 밝히는 논문들을 편집하여 발행하기도 했으며, 국내 모 교수님의 경우 이 책을 읽고 공과대학에서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게끔 만든 영향력 있는 내용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아직 읽지를 못했지만 현재 구매 중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 싸이몬, 카네만, 트버스키는 모두 인지과학의 선구자들이며, 우리에게 사람에 대한 이해와 주위 환경에 대한 시야의 지평을 넓혀주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분들이다.
거트 기거렌쩌(Gerd Gigerrenzer)로 대표되는 ABC그룹에서는 카네만과 트버스키의 휴리스틱스와 편향이론을 비판하면서, 휴리스틱스가 우리들에게 적응적인 도구(adaptive tool)로서 합리성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위 빠르고 경제적인 휴리스틱스를 이용하여 의사결정과정을 설명하려고 시도해 왔으며, 이 책은 이러한 연구의 첫 번째 결실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에선 합리성을 세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로 한정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둘째로 생태적 합리성(ecological rationality)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적 합리성(Social rationality)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빠르고 경제적인 휴리스틱스로 4종류(class)로 7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들 첫 번째 종류로는 무시 기반의 의사결정(ignorance-based decision making)으로 이때 사용하는 휴리스틱스는 인지휴리스틱스(Recognition heuristics)가 있고, 두 번째 종류로는 단일근거기반 의사결정(one-reason decision making)으로 여기에는 Minimalist, Take the Best 및 Take the Last라는 3가지의 휴리스틱스가 있다. 세 번째 종류로는 제외기반 의사결정(elimination)으로 제외 휴리스틱스(Elimination heuristics)와 제외에 의한 분류(Categorization by Elimination) 휴리스틱스가 있다. 마지막 종류로는 싸이몬이 제창한 Satisficing – 이 단어는 만족시키다(Satisfy)와 충족시키다(Suffice)라는 단어의 합성어이다. – 휴리스틱스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7가지의 휴리스틱스를 20여 가지의 실생활 환경(pp.99-101)에서 실증한 내용이 나온다. 예를 들면 대학교 교수들의 월급, 학급에서의 낙오자 등에 대한 추론에서 빠르면서 경제적인 휴리스틱스의 효과 – 시간과 경제성 및 정도 측면에서 –를 검증한 벤치마킹이 나온다. 또 이런 방법은 영역 독립적(domain-independent)인 평가(estimation), 분류(classification), 둘 중 하나 선택(two-alternative choice)와 영역 의존적(domain-specific)경우에서 먹이 찾기(food choice), 상대방 찾기(mate search), 주식시장분석, 움직임에서부터 의도 해석(inferring intentions from motions), 비서 뽑기(secretary problem), 지참금문제(dowry problem), 자녀에 대한 투자(parental investment)등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전공자가 아닌 입장에서 흥미로 왔던 사실은 비서를 새로 뽑을 때 샘플의 수가 전체의 37%라는 “37%의 법칙”(37% rule)이고, 또 배우자 찾기에서 Best-of-N 법칙 또는 역치기준법칙(Best-of N rule or threshold criterion rule)이라 불리는 것 이었다. 배우자 찾기에서 Best-of-N법칙이란 선을 볼 수 있는 전체의 가용한 대상자중에서 37%법칙을 적용하여 37%을 만나 먼저 기대치(aspiration level)을 정한 후, 그 다음에 만나는 대상자 중 이 기대치를 넘는 첫 번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pp.288-289). 수학적으로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내용이라 볼 수 있다.
기거렌쩌는 또 2004년 독일 콘스탄츠(Konstanz)대학에서의 발표에서 아래와 같은 4가지의 잘못된 믿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l 사람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인지적인 한계 때문에 휴리스틱스를 사용한다.
l 실 세계의 문제들은 언제나 최적화에 의해 풀 수 있다.
l 휴리스틱스는 언제나 두 번째로 좋은 해법이다.
l 보다 많은 정보가 언제나 좋다.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된다.
노자에 나오는 앎의 한계를 아니 즐거운 일이 아닌가라는 구절도 생각나며, 결론적으로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표현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며, 시간이 된다면 인지과학, 심리학, 의사결정론 등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끝으로 이 책의 제목은 도날드 노먼(Donald Norman)의 “Things that make us smart: defending human attributes in the age of machine”(한글역: 생각 있는 디자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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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은 세계사의 의혹 또는 거짓말 50가지. - 사실은 세계사가 아닌 유럽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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