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원중학교 2학년 9반 44번 이지현

  이 책을 손에 들자마자 내 눈길은 책의 뒷면으로 향했다. ’실제와 허구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로운 문장, 박지원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기발한 상상력’이라고 쓰여 있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작년에 박지원의 작품 몇 편을 읽었을 때에는 그런 느낌을 못 받았었는데? 작년 상황을 떠올리다가 다시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에서 책을 열었다.
  
  일단 어떤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보기 위해 부록의 ’연암 박지원의 삶과 문학’ 부분을 펼쳤다. 쭉 읽는 도중, 우정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옛 사람들은 사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박지원의 작품들 중 우정에 관련된 작품은 세 가지 정도이다. 마장전, 예덕선생전, 광문자전이 그 종류들이다.

  위의 작품들을 읽어보았는데 도통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의미 파악이 잘 안 되는 부분을 여러 차례 읽어보았으나 확실히 그 의미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역시 한문 소설의 한계일까. 어쩌면 뒤쪽에 수록되어 있는 원본을 보고 부담감을 가져서일지도 모른다. 작품들을 분석해 놓은 것들을 찾아서 작품과 비교하면서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장전은 송욱, 조탑타, 작덕홍이라는 세 명의 걸인이 사람 사귐에 대해 논쟁한 얘기를 다룬 글이다. 이 글은 전체적으로 군자의 위선적인 사귐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데 그들의 사귀는 방법을 들어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쁘면 성을 내라니, 믿게 하려면 의심을 하라니, 눈물을 흘려 감동시키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조탑타가 아무리 친구가 없어서 군자의 사귐은 하지 않겠다는 말, 찬성하는 마음이다.
  
  예덕선생전은 선비인 선귤자가 분뇨를 나르는 엄 항수를 예덕선생이라 칭하며 제자에게 엄 항수의 인격에 대해 얘기해주는 글이다. 처음 읽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엄 항수에게 예덕선생이라고 호를 지어준 선귤자도 그렇지만, 선비에게 이런 대우를 받는 엄 항수도 참 대단하다. 박지원은 이렇게 비천한 생활 속에서도 즐거움을 갖고 살아가는 한 인물을 등장시켜 참다운 인간관계를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신분의 차이를 극복한 우정의 이야기를 그린 박지원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 수 있었다.

  광문자전은 비렁뱅이이지만 마음씨가 착해 주변인들을 감동시키는 광문의 이야기이다. 광문은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참한 성품과 행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벗을 맺는다. 연암은 신분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남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우정. 이 세 작품을 읽고 나서 가슴 속에 새겨진 말이다. 현재 난 15세의 여학생인데 보통 이맘때의 아이들처럼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끔 엄마가 나에게 넌 친구가 가족보다 더 중요하냐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친구와는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만큼 벗이라는 존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창 친구들과 많이 어울려 다닐 나이여서 그런지 박지원의 소설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友’라는 글자는 원래 손에 손을 잡은 모양이라고 한다. 박지원은 신분은 낮아도 참된 인격을 지닌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우정을 소망했다. 박지원은 이 한자처럼 서로 대등하게 손을 맞잡고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박지원이 이 작품들을 쓸 때 그는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소망을 담은 이 글들을 쓰고 난 뒤 그는 많은 벗들을 사귀었다. 그가 진정한 벗과 우정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작품을 썼기에 그도 나중에 여러 벗들과 어울린 삶을 살아갈 수 있었고 그랬기에 그의 인생이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암의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의 우정에 대한 시각은 내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에 영향을 주었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위선적으로 나아가지 말고 내면의 나를 솔직하게 드러낼 것이다. 상대방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들의 속을 알고 어울릴 것이다. 그 사람의 가치를 알고 남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여겨 도와줄 것이다. 소중한 우정을 그린 그의 고전 소설은 현대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