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 딱 좋은 것 같다. 리뷰를 작성하기엔. 이제 슬슬 결말을 향해 가는 와중에, 나는 리뷰에 내 이름을 올린다.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타이틀이 있기에. 결말까지 다 읽어도, 어차피 결말은 얘기하지 못할 거. 그냥, 나도 궁금해 하면서 리뷰를 써 버린다. 그녀가 나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친다. 그녀는 바네사다. 그 바네사가 넬리의 인생을 망치려 한다.

 

뚱뚱해 보이나? 내가 이런 걸 입어도 될까? 이게 난가? 나도 수없이 탈의실에 들어가서 내가 누구여야 하는지 고민해봤기에 아는 것이다.

- p.26

 

버네사는 자신이 누구인지 계속 고민해  봐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녀에겐 남편 리처드가 있고 남편은 넬리라는 여자와 약혼을 했다.

 

리처드가 약혼했어. 내 남편은 그녀와 정말로 결혼하려는 거야.

나는 탈의실로 간다. 벽에 등을 기댄 채 미끄러져 내려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원피스가 위로 올라가며 양탄자 바닥에 쓸린 허벅지가 화끈거린다.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 p.31

 

그녀의 삶은 그렇게 파괴되어 가고 있다. 아니, 어쩌면 파괴가 아닌지도 모른다. 그녀는 "나"이기도 하지만, "넬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되지 않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내 고상한 주방에서, 우스토프 사의 칼과 캘파론 시의 냄비, 프라이팬으로 꽉 찬 그곳에서 갓 결혼한 남편의 저녁밥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 나는 그때 행복했다고 생각하지만, 기억이라는 것이 농간을 부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억이 내게 착각이라는 선물을 주고 있는 게 아닌지. 인간은 기억 위에 기억을 켜켜이 쌓고, 그렇게 만든 필터로 자신의 삶을 보고 싶어한다.

-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