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름이 식구食口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나의 가장 근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가장 가깝고, 친밀한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1001번이나 함께 점심식사를 한 '마이클'은 크리슈나무르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정스님의 책에 그가 얼마나 크리슈나무르티의 책을 자주 이야기했는지 언급되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신학자 현경도 크리스나무리티에 대해 몇 번이나 말했다. 많은 지성인들의 '구도자'인 그와 이렇게 자주 식탁에 앉을 수 있는 행운아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요리사였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크리슈나무르티를 존경한 열렬한 팬이었다.  이 두터운 한 권이 크리슈나를 향한 깊은 애정으로 채워진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식구'의 힘인 것이다. 

 

 국내에서 출판된 크리슈나무르티에 대한 책을 거의 다 읽어서 그의 철학이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내가 상상했던 것과 조금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크리슈나가 고행 속에 살고, 정적이며 엄숙한 존재였다면 저자가 보여준 그는 농담을 좋아하고, 또 아주 잘하며, 틀니를 끼고, 추리소설을 읽고, 자동차에도 관심이 많은 존재이다. 저자마저도 하나의 행위에만 집중하라는 크리슈나가 혼자서 밥을 먹을 때 포크와 책을 함께 들고 있는 모습에서 놀라듯 그런 의외의 장면에서 몇 번이나 킥킥거리며 웃었는지 모른다. 좀 놀라웠던 것은 '크리슈나무르티'라는 이름이었다. 구도자에 어울리는 아주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흔한 이름이었다니.....픽 웃음이 나왔다. 너무 인간적이라서 실망했는가하면 나는 크리슈나를 더 존경하게 되었다. 그는 인간만큼이나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며, 권위를 버리고 인간과 삶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