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은...정말 나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 듯 하다. 공교롭게도 내가 접한 일본소설들은  어둡고, 엽기적이고, 우울하고, 퇴폐적이었다. -나만...살아남아서...미.안.해.- 책 표지에 적힌 이 한 마디가 어쩐지 마음이 아파 선택했던 책이었다. 어느 날 벌어진 엽기적인 일가족 살해 사건. 해머로 무참히 얼굴을 뭉개버린 살인수법에 토악질이 날 뻔 했다. 수학여행을 떠난 어린 딸을 제외한 일가족이 어느 날 무참히 살해되었고, 그 살인범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평범한 가장이 어느 날 엽기적인 살인마로 돌변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가해자이기 전에 피해자였던 살인범, 살인범에게 가해자였던 피해자....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그렇게 괴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에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 살인범에겐 피해자의 딸과 동갑내기인 딸이 있었다. 혈혈단신...가해자와 피해자의 남겨진 두 딸들. 그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와 어두움과 냉소적인 모습속에 감춰 진 두려움과 나약함이 또한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과 다시 얽혀진 두 아이의 인연이 소설이지만 잔인하고 안쓰럽기만 하다. 그녀들은 결국 서로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 날 수 있었을까? 누가 누구를 용서해야 할 지 모호한 이 두 아이를 구경꾼이 되어 소설로 영화로 지켜보고 있는 우리가 잔인하게 느껴졌다. 머리가 아프다. 이런 소설을 읽고 나면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파진다. 심홍...제목이 주는 연상은 해머로 뭉개 진 가족들의 주변에 흥건한 핏빛이다. 남겨진 두 딸이 짊어지고 가야한 처절한 현실이다. 비릿하고 참혹한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일어난다. 누구라도 한 순간에 이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나는 참을 수 없는 공포가 느껴진다. 정말...일본 소설은 나와는 코드가 맞지 않아..라고 외면할 수 만은 없는 소설... 엄습해오는 두려움과 책임감이 나를 흔들어댄다.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우는 것...풉하고 비웃을 지 몰라도 이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는 세상 어느 곳에선 다만 건강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감사하고 다행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꼭 해내야 할 과제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제발..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살아남아서 미안한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