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서울이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1가 ***번지...-뚝섬-이라 하더라.

고향에 대한 기억은 사실 거의 없다.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스스로  -이사걸레-라 했던 것 같다.

부모님을 따라 이사했던 기억이 셀 수 없을 정도. 사실 뚝섬에서 지냈던 기억은 없다.

내 기억속의 뚝섬은 소똥냄새가 진동했을 뿐이니까.

그렇게 이 곳 저 곳  이사를 다녔지만 마흔을 훌쩍 넘겨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서울을 벗어났던 적은 결혼전 잠시 몇 년동안 경기도 과천시와 미금시 몇 년 전세로 살았던 것이 전부였다.

뚝섬. 마포. 봉천동, 돈암동. 종로...한 동네에서만도 여기저기 터전을 옮겨서 국민학교 3학년까지 전학만도 여러번..

어쨌거나  서울은 추억과 아픔과 성장통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징글징글하고 익숙한 곳이다.

-광화문연가- 이 한 권의 책속에 서울의 나이테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한양은 경성이 되고, 경성에 일본에 의해 건설된 근대 모습들이 우리의 것을 훼손시키며 

허락없이 자리잡았고, 30녀대후반이 되면서 수탈,봉기 억압 같은 말보다 카페,유성기 단성사 같은 말이 훨씬

익숙한 모던보이,모던 걸들을 만들어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수도를 종착지라 인식하고 터미널 방식의 역을

만드는 것이 통례임에도 일본은 서울역을 구름다리 형식의 플랫홈으로 만들어 서울역이 종착역이 아니라 

일본의 경유지임을 암시했다는 것에 분노했다. 근대의 화려함속에 식민지의 흔적이 짙게 드리워진 그 시절을 거쳐

광복, 그 격동기와 분단의 시기, 60년대 초 시민혁명인 4 .19와 전차와 고가도로와 서울드림을 꿈꾸며 무작정 상경하는

젊은이들, 그 시절의 트로트에는 한과 이별과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서려있다.

70년대 통기타와 포크송, 청바지와 장발의 청년문화, 그들이 만들어 내는 낭만 그리고 80년대까지 계속되어진

운동권과 최루 가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화려한 기적이면에 숨겨진 진통들, 그리고 밀레니엄시대의 그 모든 자취들이

그 시대에 불리워진 대중가요들과 사회상이 모두 담겨 있다.

65년생인 나는 서울에 대한, 내 젊은 날의 모든 추억은 70년대이후부터 진하게 밀려온다.

어린 시절 내 기억속엔 유일하게 아버지를 기억하게 하는  효창공원이 있다.

봉천동의 낙성대가 있고, 돈암동 삼선교 꼭대기 내가 살았던 산동네 -넓은마당-이 있다.

종로의 -교동국민학교-가 있고, 파고다공원이 있고, 정독도서관이 있고, 종로서적과 YMCA건물이 있다.

성인이 되면서 직장이 종로였던 나에겐 종로의 르네상스, 명동의 필하모니, 시청의 코러스는 추억의 장소이다.

처음 클래식기타를 배웠던 종로의 기타학원,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우르르 몰려 다녔던 종로2가 뒷편의 주점,

책을 읽으며 그 모든 추억들이 새삼 심장을 뛰게 만든다. 그 시절의 노래들과 그 시절의 아픔과 설레임.

이 책은 아마도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더라도 소중하게 간직될 것만 같다. 내 젊은 날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니까.

-광화문 연가-....

힘들지?...하며 오십이 머지않은 내게 보내 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