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추천으로 구매한 책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이며 독실한 신앙인인 저자의 진솔한 마음의 기록들을 모았단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종교가 없어서인지 몰라도 신앙인의 눈높이로 쓰여진 책은 솔직히 편안히 읽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미리부터 마음의 벽을 쌓고 방어적인 자세로 이 책을 접하고 싶지는 않았다. 평범한 가정주부이고, 어머니이며, 아내이고, 할머니인 그녀의 세계를 열린 마음으로 잠시나마 공유해 보고 싶었다. 책을 읽다보니 신을 경외하는 마음이 상상 그 이상이어서 다소 놀라웠다. 절실하며, 진실하고, 헌신적인 해바라기사랑이 그저 생경하고 놀라울 뿐이다. 감성적이고 겸손한 저자의 심성이 그런 간절함을 극대화시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신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는 그녀이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 감사하고 사랑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나보다. 그래서 고단하고 지칠 때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나보다. 신앙은 없지만 그들의 세계를 존중한다. 그들의 믿음을 존중하며, 그들의 진실됨을 존중한다. 다만, 그것이 내겐 온전히 -그들의 세계-이다. 그것이  -나의 세계-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내가 그들의 세계를 인정하듯이 그저 이런 나의 세계도 인정받고 싶을 뿐. 아니,인정까지도 필요없다.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지 않는 나를 불쌍히 여기거나 힐난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흠..잠시 생각이 다른 사람과 연관지어져 삼천포로 빠져 버렸네...새벽 어스름에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일기처럼 글을 쓰는 저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올곧게 성장한 아들이 그런 어머니의 글을 책으로 엮어 준 것이 또한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랑이 많은 가족인 듯하여 슬며시 양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펼치자마자 겉표지 안 쪽에 있었던 마음에 와닿았던 글을 옮겨본다.

출   항

내 마음속 노를 저어 바다로 출항하노니

풍랑과 잔잔함으로 날들을 맞이하면서

외로움과 담대함으로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처럼

한 척의 배가 되어 노를 저어가고 있네.

바닷속 깊은 곳에 배를 고정시키고

그물을 던진 후에 온갖 신경줄을 손끝에 두고

망망한 바다 위에 이렇게 서 있다.

내일은 전혀 몰라도 지금 이시간이 행복해

손끝에 모여진 신경줄들의 모임

온갖 지체들이 그물에 하나로 묶여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찾음의 한 덩이로

그것 하나에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