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목의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난다. 완전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용은 약간 다른 것도 같고..어쨌거나 이 책이 원작인 듯 하다. 제목과 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톡톡 튀는 대사와 감각적인 표현들이 지루함을 잊게 한다. 쉼표를 찾아보기 힘든 패션계의 생리와 치열한 경쟁, 새로운 아이디어를 쥐어짜내며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패션애디터의 종종걸음에 놀라움과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소설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억속에서 희미해져서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무너진 성수대교의 아픔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 주었다. 여주인공 서정은 어린 시절 바로 집안의 창문을 통해 무너져내리는 성수대교를 목격하고, 그 무너져내린 다리에서 떨어진 언니의 죽음을 아픔으로 안고 살게 된다. -그때 무너진 건 다리뿐만이 아니었다. 언니를 지탱하던 영혼의 한 축이 무너져버렸다. 언니가 병원에 사표를 쓰고 돌연 아프리카로 가겠다로 했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삶 어딘가에 균열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아무리 치열하게 살아도 뒷덜미를 끝내 놓아주지 않던 과거의 틈새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켜져, 나중에는 복구할 도리가 없는 깊은 구덩이가 된 거다.- 일과 사랑 그 톡톡튀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건만, 어쩐지 내 마음속엔 잊혀졌던 무너진 성수대교의 참사와 그로 인해 아픔을 안고 사는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이 더 마음을 파고든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그 이름만으로도 아프고, 힘들고, 죽을 것같은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텐데..참..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내 일이 아닌 듯...남의 일인 듯...그.렇.게. -스타일- 재미있는 소설인데..재미있게 읽은 소설인데...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난..어쩐지 마음이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