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인연이 만들어 주는 기적...-저기, 잔돈 있으세요? 배가 너무 고파서요.- 빈민가의 소년 모리스와 성공한 커리어우먼 로라의 첫 만남.. 거리에 구걸하는 거지와 노숙자가 넘쳐나 아예 모른 척 하는 것이 최선이었던 80년대 뉴욕 거리에서 그 많은 거지와 노숙자들 중 한 명일 수 있는, 그래서 그냥 지나친다해도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그 날...-보이지 않는 실-에 이끌려 가던 길을 되돌아 구걸하던 그 흑인 소년에게 동전대신 함께 동행하며 점심을 사 준다. 그 인연을 시작으로 몇 십년을 계속 되어지는 두 사람의 우정은 읽으면서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며, 안도와 희망과 행복한 기운을 느끼게 해 주는 힐링도서가 아닌가 싶다. 살다가 누구나 한 번쯤 거리의 불쌍한 이들에게 동정과 온정을 베풀 수는 있지만, 로라와 모리스같은 지속적이고 특별한 인연이 또 있을까 싶다. 그녀는 모리스에게 보호자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실로 술과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끔찍한 환경속에서 모리스가 중심을 잃지 않고 반듯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등대가 되어 주었다. 모리스가 알 수 없었던 정상적이며 안정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소년에게 꿈을 갖도록 지속적이고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을 쏟아 준 그녀에게  내내 고맙고 또 고마웠다. 감정기복이 심한 아빠의 광기어린 폭력을 참아내며 자랄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어쩌면 모리스에 대한 사랑으로 스스로 치유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가 갑자기 망설여졌다. 지킬 앤 하이드..두 모습을 가진 아빠로 인해 고통받았던 시간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있었으니까. 지금은 없었던 일로 잊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고 믿고 싶었기에 그 아픈 과거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을 과연 아이들이 고통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두려웠다. 공포와 분노로 고통받는 아이의 눈빛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그 고통이 다시금 이렇게 밀려오는데..심장이 목구멍이 갑자기 아파온다. 방어할 힘도 없이 어른들이 쏟아내는 광기의 시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아이들이, 세상 어딘가에 소리없는 비명을 참아내는 가여운 아이들이 수없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무능함과 가슴을 찢는 고통을 그저 함께 하며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만 했던 비겁함이 떠올라 차마 한 호흡에 책을 읽지 못했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기적의 메시지. 책을 읽고 나서 안도감과 행복으로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느꼈지만 차마 내 아이에게 좋은 책이니 한 번 읽어보란 소리를 하지 못하고, 말없이 책꽂이에 이 책을 꽂아 놓았다. 로라처럼, 모리스처럼, 고통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꿋꿋하게 온전하게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내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그 마음을 온전히 책에 담아 조심스레 아이들의 책꽂이에 책을 꽂아두었다. 언젠가 아이들이 그 책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온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며, 혹여 고통의 시간을 떠올리는 대목을 읽더라고 그 고통을 이겨내주길 바라며. 갑자기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