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꾸며 산다. 지금과 완전히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다른 삶을 꿈꾸지는 않는다. 현재의 삶의 질을 보다 높이는 방향으로의 꿈은 늘 꾸고 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모두 부정하고 새롭게 시작할 만큼 용기가 없다기 보다는 버리기 싫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그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단편 모음집이다.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라는 작품을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작가의 첫 단편집이라고 한다.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도 배경이 우리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느껴지는 이질감은 있어도 읽으면서 인간으로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이 책도 역시 배경이 낯설어서 처음엔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제목이 <순례자들>이어서 기대했던 인물의 모습들이 있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카우보이, 스트립 댄서, 노동자, 마술사와 같은 인물들은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었다. 아마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삶 속에서 순례자와 같은 모습, 일상을 벗어나 순례자로서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담아내려고 한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12가지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긴 호흡의 장편보다는 단편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틈틈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은 <와서 이 멍청한 녀석들 좀 데려가게>이다. 존은 폭풍이 부는 날 수영을 하러 가자고 하고 jj와 펙은 어이없어 한다. 마지와 두 사람은 존이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하지만 존은 이렇게 말한다. “이 폭풍우는 내일이면 지나가리니, 친구여. 해는 다시 뜨겠으나 바닷물은 이미 차가워져 있으리라. 그리고 우리는 헤엄칠 마지막 기회를 잃은 것을 실로 애석해할지니.” 이 말에 그들은 바다로 뛰어들고, 그 뒤에 파도에 휩싸인다. 살아남은 사람과 바닷속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생각. 즉흥적이고 무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에게도 이런 무모함, 망설임. 미움 등이 파도처럼 출렁일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도 나와 내 이웃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현실 속에서 욕망하고, 절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비관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담담하다. 그런 시선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인간은 모두 순례자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