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통해 뱅크시란 아티스트를 만나게 되었다. 거리의 화가, 얼굴 없는 예술가, 게릴라 아티스트, 아트 테러리스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 싸구려 미술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이다. 이른 새벽 영국 런던의 거리에 나타나 몰래 그림을 그리고 가는 그를, 마틴 불이라는 사진작가이자 거리 아트 큐레이터가 뱅크시의 흔적을 찾아 찍고, 작품 해설을 하여 이 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이 사라진 것도 있지만 지은이는 그렇다고 해도 작품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현실에서는 사라져도 그가 찍은 사진 속에,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피티에 대해서 소유를 주장하기 보다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거리 예술로 남겨야 그 진정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뱅크시도 이러한 생각 때문에 거리의 예술은 거리에 남아 있어야 하며 판매를 목적으로 창조된 작품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서도 거리 예술 작품을 사지 않기를 바랬다.

런던의 구역별로 가이드를 따라 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도와 그래피티 사진이 생동감을 준다. 쥐를 소재로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내고, 사회의 모순을 비판한 작품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쥐’라는 동물이 갖는 의미가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작품의 크기도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벽면 하나를 가득 메운 것까지 다양했다. 그래피티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대상황과 맞아떨어지고, 사람들의 삶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단순히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예술적인 감각과 유머로 풍자함으로써 여유를 불어넣었기에 예술로 승화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