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의 원저자인 헤르만 헤세. 처음에 익명으로 발표해 에밀 싱클레어의 작품으로 알려졌다가 나중에 헤르만 헤세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헤르만헤세는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간과 신에 대한 신뢰, 과학에 대한 불신 등을 그의 작품속에 표현하였다. 이번에 이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보며 헤세가 얼마나 자연과 식물을 통해 삶에 대한 많은 것들을 명상하며 글로 표현했는지를 보았다. 작은 꽃이나 나무 등 식물에 대한 표현들이 너무 이쁘고 아름답다. 특별히 박태기나무와 복숭아나무에 대한 표현들이 정말 멋지다. 나 개인적으로 박태기나무와 복숭아나무에 관심이 많기에 헤르만 헤세의 글에서 박태기나무의 학명을 기록하는 등 학자다운 깊이와 문학자다운 아름다움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박태기나무의 별명은 유다의 나무라 해서 가룟유다가 예수님을 팔고 그 죄책감으로 목 메어 죽은 나무인데 유럽쪽은 나무가 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렇게 큰 나무를 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관상용으로 심어 놓았고 기온 등 환경적인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줄기에 매달리는 밥알 같은 꽃들의 모습은 비슷하다. 분홍색의 환히 빛나는 꽃들이 가지에서 피어나고 보통 4주에서 6주동안 계속 꽃들을 피운다. 그런다음 비로소 연둣빛 잎사귀가 나오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잎사귀 사이로 자줏빛의 푸른빛 완두콩 같은 깍지들이 피어나 매달린다.

정원을 가꾸며 그것도 잠간이 아니라 평생을 정원을 가꾸며 정원에 심을 나무를 선정하고 각 나무에 대한 추억 등을 만드는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이해해 나가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무에 대해 고독한 존재와 같다는 말이 인상 깊다. 어려움이 닥치면 나약함 때문에 현실을 벗어나 은둔하려는 사람과는 달리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고독하게 버텨낸 위대한 사람같다는 것이다. 한 그루씩 홀로 서서 자라는 나무에 대한 이러한 표현은 저자가 얼마나 나무를 존경하는지가 잘 표현되고 있다. 나무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을 받아 들이고 다른 존재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있는 거기에서 어떠한 폭풍이 몰려와도 당당히 서서 맞서는 모습. 비록 너무 센 상대를 만나면 부러지기 쉽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나무는 희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