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가 어떤 것이고, 믿음이 어떤 것이며, 약속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느낄수 있었다.

불교동화라 하지만, 그리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지 않아, 꼭 종교가 불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읽어 보면 좋을듯 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아이들이 꼭 읽고 생각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가난하지만 언제나 서로를 위하는 사람들이 사는 정겨운 마을 산내리의

조그만절 산내암에는 노스님 한 분과 동자승 옹이스님이 살고 있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아름다운 산내리에 지난 봄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이집 저집 쌀과 보리등 곡식이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집집마다 대문과 울타리를 만들었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밤, 옹이스님은 수수밭에서 수수를 꺽어 커다란 자루에 담고 있는 한수와 마주친다.

한수는 옹이스님에게 이번 한번만 모른척 해 주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부탁을 하게 되고,

옹이스님은 엉겁결에 그러겠다고 약속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옹이스님은 그런 한수를 믿지 못하고 의심을 하게 되고,

한수가 더이상 도둑질을 하지 못하게 뒤를 따라다니며 감시를 하게 된다.

산내리의 도둑은 옹이스님의 생각처럼 한수였을까???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는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닌것 같다.

나 역시도 동자승처럼 말로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이해한다고 했지만,

마음으로는 더이상 믿지 못하고, 의심을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던것 같다.

꼭 나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병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이라고 말하는 노스님,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이 더 큰 손해란다.

도둑을 잡겠다고 한집 한집 뒤지기 시작하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마음이 생기거든.

그것은 세월이 흘러도 치료가 되지 않아. 잃어버린 쌀이나 보리는 언제든지 다시

채울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동자승에게 하신 말씀이

아마도 지금 나에게, 그리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깨우쳐주고 싶었던

가르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잘 되어있어, 읽는 내내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수 없었고, 마지막에는 반전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며,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분하고 엄숙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 동화임에도 내가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게 된 책이다.

우리 아이들도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