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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사과목이 가장 취약과목이었던 내게, 누군가가 이 책을 한마디로 굳이 소개하라고 한다면
나는 ‘조선사와의 소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역사를 어려워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나 또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 없이
주입식으로 무조건 외우라고 요구받는 것이 싫었다.

그에 반해 조선사 클리닉은 저자가 중국사를 전공한 연구자답게
조선의 여러 사건들과 인물들을 그 당시의 중국과 국제관계의 큰 틀에서
다각도로 해석하여 좀 더 균형잡힌 명확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조선말 국제정세를 다룬 부분이 흥미로왔다.
19세기 이전에 조선이 서양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히려 쇄국정책이나 고집하는 못난 조상들에게 나는 늘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었다.
’일본보다도 더 일찍 서양문물을 받아들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지금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잘 살았을 텐데’ 하고 많은 아쉬움 또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이후 동서양의 우열이 바뀔 줄은 아무도 몰랐고,
바로 옆에 크고 확실한 시장인 중국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불확실한 미지의 땅으로 애써 떠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황희 정승의 청백리신화와 기득권과의 밀접한 숨은 비리라든지,
여차하면 대마도가 우리땅이 될 수 있었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왔고,
세종대왕 시절의 외국어몰입교육이라든지, 용산주변 운하논란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과 비교하면서 작가가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하였다.
성종과 어울우동 스캔들이라든지, 정조를 다룬 이야기나, 양평대군과 세종이 된 충녕대군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군데에서 TV드라마를 인용하며 묘사한 부분이 있어서 이해하기에 굉장히 쉽고 재미있었다.

독도문제나 동북공정을 계기로 역사전쟁을 방불케 하는 요즘,
조선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이 아닌,
현재와 미래에 꼭 필요한 올바른 이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기에
이 책을 더 많이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져보며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