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 무렵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부터 김지하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대학시절의 종반을 보내고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시에 대하여 문맹 수준인 내 독서력에도 불구하고 시 ’오적’을 읽었을때 느꼈던 충격은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후 김지하 선생님의 글에 몇년간 애독자로 있던 중 90년대초 신문에서 본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글을 읽고 맹분하다가 이후론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박경리선생님의 장례식을 즈음하여 사위로서의 김지하선생님을 매스컴에서 뵙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 ’흰 그늘의 길’이라는 자서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0대 이후 의도적으로 잊고 살았던 , 하지만 위대한 시인임엔 분명한 그분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열흘간 꼼꼼히 읽었습니다. 40대 초반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독자로서의 소감을 한 문장으로 나타내 보자면  ’한 지성인의 (고단한) 삶을 통해 본 한국현대사’라고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선생님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구나.. 느꼈습니다.
선생님은 타고난 시인인 것 같습니다. 자서전을 읽으면서  한편의 장편 서사시를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독특한 문체도 인상 깊었습니다. 무엇보다 온몸으로 시를 , 시인의 삶을 표현하신선생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저의 우상과 화해할수 있었던 점이 제일 보람입니다. 물론 제 단견에 대한 깨달음도 동반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