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는대로 해라]

지원률 100:1 을 뛰어넘는 수많은 기업들. 그리고 그 좁은 문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의 넘쳐나는 젊은이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제출이 가능해서 '일단 넣고보자' 는 생각이 주변에서도 쉽게 보이곤 한다. 그러기에 단 몇초 안에 이력서의 성패 여부가 갈라지고, 정성들여 쓴 자기소개서가 단 몇초만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생들은 수십군데에 이력서를 낸다. 그리고 어디든 붙으면 그들은 감사히 생각하며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이런 생활을 옆에서 봐오던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해라'며 행복을 권하는 책이 그렇게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재미나고 우스꽝스러운 그림과 위트, 유머 넘치는 책 내용이 독서를 하는 3시간 가량의 시간동안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다. 특히 한 부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야근을 하고 늦게 집에 온 남편에게 아내가 한다는 말이 "이렇게 늦을거라면 적어도 사고 정도는 났었어야죠" 라고 말한다. 남편이 사고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하하.

시간은 상대적이다. 시계 10개를 가져다놓고 초침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본다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 정확히 움직일 테다. 하지만 그 시계를 10명의 다른 사람들에게 각각 가져다놓고 각기 다른 일을 시켜서 10시간 후에 만나기로 한다면. 아무것도 안하고 시계만 쳐다본 사람, 어제 밤을 새서 그 10시간 동안 잠을 잔 사람, 자신이 너무나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한 사람, 무거운 짐을 나르는 육체노동을 한 사람... 등등 다른 일을 부여하고 10시간 후에 그들에게 물어본다면, 각기 느낀 시간은 다를 것이다. 누구에겐 10시간이 1시간처럼 빠를 수도 있고, 10년처럼 길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10개의 시계는 여전히 같은 시간을 가리키며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시간도 빨리 가고 일도 재미있다. 정주영 회장이 그랬던가. 새벽에 잠을 자기가 싫단다. 다음날 일을 하고 싶어서 새벽에 잠도 오지 않는단다. 그토록 일을 사랑한다면.. 아니, 일 중독자가 아니라 재미가 있어서 일을 한다면야, 직장 스트레스가 무엇이며 이직을 고려해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월급이나 인센티브, 휴가마저도 그에게는 무의미한 소리가 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돈까지 준다면 그저 땡큐 라고 말하고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 턱없이 높은 취업의 문과, 학벌이 중요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던 일만을 쫓아가기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어떻게 돼라 바랄 수도 있고, 현실성이 떨어지기도 하기에 어릴적 가졌던 대통령, 과학자, 발명가 등의 꿈은 서서히 공무원, 교사 등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리는 없는 법. 사고의 틀을 깨고 남이 안된다고 손을 휘젓는 일일지라도,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열정 하나 가지고 한번 일어선다면, 또 안될 것은 무엇이랴. 미국에서는 20대 극 초반의 두 친구가 하나의 웹사이트를 열어서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아이디어 하나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종이에 붙었다가 바로 떨어지는 3M의 실패작 포스트잇. 하지만 똑같은 제품을 가지고도 생각을 바꾸었기에 그들은 온 세상에 형광색이 칠해진 제품을 판다.

조금 더 멀리 바라보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조금 더 머릿속의 잡생각들을 비운다면 뭔가 보이지 않는 것들도 보일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부정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인간이 지녔다는 잠재능력 하나 믿고, 책에서 소개되는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귀하신 말씀을 받들고 괴짜 1% 가 되기 위해 발벗고 한번 전념해 보아야겠다. 이왕 사는 인생, 들러리로 살기는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