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은 슬픈 이야기다.

 무슨 로봇이 나오는 우주 전쟁물에서 '슬픔'을 찾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건담

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전쟁물보다 현실적이며, 또한 가장 전쟁에 휘둘려 불행

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러한 부분들

이 '아무로 레이'라는 주인공에게 집중되어 있다면, 만화로 다시 그려지고 있는 이

작품 '모빌 슈트 건담 디 오리진'에서는 조금 더 확장되어 다른 전쟁에 관계된 모

두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전쟁은 TV나 영화에서는 즐거운 구경거리이지만, 분명 그러한 영역을 벗어나는 순

간 더이상 즐거운 구경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짐승들도 서로 죽이고 죽이면서 살아간다고 말하는 이

들도 있지만, 그것은 스스로를 짐승의 무리로 떨어뜨리는 생각일 뿐이다. 더 나아

가 인간들이 다른 짐승들과 구별된 존재로 스스로의 위치를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문명'이라 이름을 붙인 인간들이 만든 것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러한

'문명'의 시작점은 분명 약육강식으로 대변되는 짐승들의 생존 법칙에서 약자를 도

태시키는 것에 대한 거부가 그 '문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며,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문명'을 통해서 강한자가 약한자를 죽이는 것을 거부한 것이 바

로 지금의 인간들의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은 그러한 인간들의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의 법칙'에서 조차도 벗어난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스스로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인간들은 전쟁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불행히도 우

리의 사회에도 각각의 분쟁의 이름으로 이 시간에도 세계에서 전쟁이 없는 날은 존

재하지 않는다. 그것도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정도의 전쟁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건담의 슬픔은 그러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건담에서의 전쟁은 현실에서의 가장 비

인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을 잘 보여준다. 승리를 위해서 민간인들의 지역에

독가스를 살포하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

고 있는 도시들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모든 행동을 '대

의'라는 말로 포장하는 것... 건담에서 보여지는 전쟁의 모습은 너무나도 현실의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렇기에 건담의 전쟁은 현실의 전쟁보다 더 슬프다. 그

것은 현실에서 우리가 뉴스로 만나는 전쟁의 피해자들보다 건담의 캐릭터들에게 우

리가 더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면에서 우리를 슬

프게 한다.

 '모빌 슈트 건담 디 오리진 13권'에서 대량살상이라는 전쟁의 무자비한 단면을 우

리는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학살행위들이 '대의'라는 말로 포장되는 것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야기한 '말을 위해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그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지 않을까? 그렇게 건담의 슬픈 이야기는 이어져 간다.